[대니얼 김의 야! 토크!]'MLB 엄친아' 엡스타인이 보스턴을 떠난 이유는
OSEN 박선양 기자
발행 2012.03.15 07: 59

“인생에서 완벽한 것은 없다. 앞으로 열심히 해서 성공하기 바란다” 2005년 시즌 정규 시즌 시작 직전 테오 엡스타인 전 보스턴 레드삭스 단장이 김병현을 선수를 콜로라도 로키스로 트레이드 한 직후 그와 마지막 작별인사를 나누며 남긴 한 마디였다. 엡스타인 단장의 스토리는 한 마디로 동화 속 에서나 찾을 수 있는 신화였고 그는 신데랠라 같은 주인공이었다. 뉴욕에서 태어났지만 줄곧 보스턴에서 자라난 그가 불과 28세 되던 해에 레드삭스 단장의 자리에 오르게 되었고 86년 동안 우승을 못했던 팀을 우승시킨 주역이 바로 그였다. 한국축구에 히딩크가 있다면 보스턴 야구에는 테오 엡스타인이 있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니다. 모델급은 아니지만 훤칠한 외모와 아이비리그 명문 예일대학교 졸업장이 증명하듯 그의 스펙은 완벽에 가깝고 엄연히 따지면 메이저리그 프런트의 오리지널 “엄친아”이다. 그를 처음 만나게 된 것은 2003년 시즌이었다. 레드삭스 클럽하우스에서 마주친 그의 첫 인상은 황당함 그 자체였다. 상상했던 메이저리그 최고 명문 팀의 단장의 모습과는 거리가 멀었고 입에는 막대 사탕을 물고 있었다. 철없는 마케팅부서 인턴의 모습이 더 어울리는 그림이었다. 하지만 그는 항상 진지했고 무엇보다 상대편의 말을 잘 들어줄 주 아는 리더였다. 말로 하는 소통이 아니라 “리스닝”을 통한 커뮤니케이션이 그의 방법이었다. 그리고 그는 직급에 상관없이 모든 이의 의견에 귀를 기울일 줄 아는 사람이었다. 모든 선수들에게 자기의 사무실 문은 항상 열려있다며 언제든지 들려달라고 부탁을 하기도 했다. 나이는 동갑이었지만 당시 뉴욕메츠에서 신입사원 급이었던 나에게 많은 조언을 해 주며 항상 따뜻하게 맞아주었다. 한 털에 거만함을 전혀 느낄 수 없을 만큼 겸손한 사람으로 아직도 기억된다. 그렇다면 그는 왜 자신이 어렸을 때부터 응원하던 친정 팀을 버리고 시카고 컵스와 계약을 했을까? 외적으로는 꿈의 직장이었지만 레드삭스 프런트는 조금씩 정치적으로 변질되고 있다고 다들 믿고 있다. 레드삭스 공화국의 실세는 CEO 래리 루키노와 오너인 존 헨리라는 점은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이다. 비록 단장의 타이틀을 갖고 있는 엡스틴도 윗선에서 내려오는 참견과 간섭에서 자유롭지 못했던 것이 사실이었다. 시카고 컵스의 파격적인 조건 속에 가장 중요한 부분은 계약금과 연봉이 아니었다. 무엇보다 그에게 주어지는 야구운영에 관한 모든 권한이 보장 되었다는 점이다. 올 시즌 보스턴 레드삭스의 시즌은 허무하게 끝나고 말았다. 시즌 종료 한 달을 남기고 9경기의 리드를 탬파베이에게 내 주고 무너지고 말았다. 팀워크도 엉망이 되어 버렸고 오랫동안 엡스틴과 한배를 탔던 테리 프랭코나 감독도 옷을 벗었다. 어쩌면 그의 선택은 놀랄만한 뉴스는 아니다. 이미 예정된 코스를 밟는 것 일 수도 있다. 조직력은 필드에 나서는 팀에게만 중요한 것 이 아니다. 프런트에게도 조직력은 생명이다. 프로야구 프런트의 세계도 복잡하고 보이지 않는 정치적인 요소들이 크게 작용을 한다. 엡스타인 단장이라고 해서 실수가 없던 것은 아니지만 그의 능력과 스타일은 미국 프로야구계에서는 인정을 받고 있다. 이번 컵스와의 계약은 엡스타인 단장에게 처음으로 자기만의 색깔의 야구팀을 자유롭게 할 수 있는 첫 기회가 될 것 이다. 그가 6년 전에 남겼던 한마디처럼 인생에서 완벽한 것은 없다. 물론 완벽한 야구팀도 없다. 하지만 그의 새로운 도전은 메이저리그 팬들에게 또 하나의 볼거리가 될 것임에는 틀림없다. /대니얼 김 (OSEN 객원 칼럼니스트) 전 뉴욕메츠 직원, 신시네티 REDS 스카우팅 코디네이터 Daniel@dk98group.com Twitter.com/dk_bluemagi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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