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어머니의 연대기', 가족에 건네는 따뜻한 손길[16회 BIFF]
OSEN 이명주 기자
발행 2011.10.13 17: 48

아버지가 돌아가신 뒤로 어머니는 부쩍 이상해졌다. 자신이 했던 말을 여러 번 반복하는 것은 물론, 쓸 데 없는 일에 고집을 부려 주위 사람들을 당황케 한다. 심지어 애지중지 키워 온 아들, 딸을 몰라보며 처음 만난 사람 대하듯 한다. 이런 어머니를 보고 있자니 자식들에겐 큰 고통이 아닐 수 없다. 13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우동에 위치한 영화의 전당 중극장에서는 ‘제16회 부산국제영화제(이하 BIFF)’ 폐막작인 ‘내 어머니의 연대기’ 기자 시사회 및 간담회가 진행됐다. 영화제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작품인 만큼 수많은 취재진이 자리했다. 이날 첫 선을 보인 ‘내 어머니의 연대기’는 이와 같은 상황에서 출발한다. 치매라는 병을 앓게 된 어머니와 이를 접한 가족들. 그런데 아들과의 관계가 조금은 독특하다. 아들인 코사쿠 이가미는 말버릇처럼 “어머니에게 버림 받았다”, “아들을 고향에 버렸다”고 이야기하며 자신의 어머니에 부정적 태도를 취한다. 어린 시절 어머니가 자신을 할아버지의 애첩에게 보냈다는 사실 때문에 어머니에 대한 원망이 있었던 것. 엄격한 가장이자 성공한 작가의 삶을 살고 있는 그는 치매 환자가 된 어머니에게 좀처럼 마음을 열지 않는다. “왜 자유를 주지 않느냐”고 반항하는 딸에게 할머니를 맡기고 멀찍이 관망할 뿐이다. 영화는 이처럼 유대감이 없는 모자 관계를 보여주며 많은 의문점을 제공한다. 여기에 직접적으로 등장하지 않지만 작품의 중요한 축이 되는 고방 할매가 이들 사이에 연결고리가 돼 각 인물과 여러 사건들을 설명하는 키포인트로 작용했다. 이런 가운데 ‘내 어머니의 연대기’는 엄청난 반전으로 생각지 못한 감동을 선사한다. 엉뚱한 소리를 해대던 어머니가 “하지만 내가 제일 좋아하는 건 어머니와 건너는 해협. 지구 어디에도 없는”을 되뇌이는 부분에서는 왈칵 눈물마저 나온다. 무엇보다 야쿠쇼 코지, 키키 키린, 미야자키 아오이 등 실력파 배우들의 연기는 영화의 작품성을 극대화 하는 역할을 했다. 청춘스타로 우리에게 잘 알려진 미야자키 아오이가 반항적인 딸 역을 맡아 눈길을 끌었다.  더불어 영화 전반을 흐르는 클래식 선율들 또한 아름다운 산수와 어우러져 감동적 스토리를 보다 빛나게 하는 훌륭한 요소가 됐다. 한편 ‘내 어머니의 연대기’는 일본 작가 야스시 이노우에의 자전적 소설을 바탕으로 영화화 한 작품. 어머니와 아들의 화해, 사랑에 관한 메시지 등을 담담한 터치로 담아냈다. 야쿠쇼 코지, 키키 키린, 미야자키 아오이 등이 출연한다. rosecut@osen.co.kr [사진] 영화 ‘내 어머니의 연대기’ 스틸 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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