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동화' 조동화(30)의 빈 자리는 우여곡절 끝에 가을야구에 나선 SK 와이번스에게 큰 아쉬움이다. 가을에 활약한다 해서 '가을동화'라는 애칭이 붙은 외야수 조동화는 4차례 한국시리즈에서 44타수 13안타 타율 2할9푼5리 3홈런 8타점을 기록, 자신의 통산 타율(.236)에 비해 신들린 듯한 맹타를 휘둘렀다. 그러나 그는 지난달 20일 사직 롯데전에 중견수로 출장해 수비 중 플라이 타구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왼쪽 무릎을 다쳐 이번 포스트시즌 엔트리에 들지 못했다. 타력도 타력이지만 실책 한 두개에 결과가 좌우되는 큰 경기에서 안정적인 수비를 자랑하는 조동화가 없는 것은 SK의 전력에 큰 구멍이었다. 그러나 냉정한 야구계에서 누군가의 부상은 또다른 누군가에게는 기회다. 그리고 그 기회를 잡아 포스트시즌에 발탁된 선수가 있다. 바로 SK의 외야수 임훈(26)이다. 임훈은 올 시즌 팀내 외야수 박재상, 김강민, 조동화 등이 줄부상을 겪는 사이 외야진을 든든하게 메운 덕분에 난생 처음 포스트시즌에 나서게 됐다. 임훈은 1,2차전을 겪은 뒤 "떨리고 긴장되서 정신이 없었다"며 "신인 때 처음으로 타석에 들어선 느낌이었다"고 1차전 첫 타석을 떠올렸다. 그는 "어떻게 되는지 모르겠다가 3회초 수비 나갈 때쯤 되니 정신이 좀 돌아오더라"고 부끄러운 듯 웃었다. 그는 이번 준플레이오프에서 9타수 2안타 1타점을 기록했다. 눈에 띄는 미스플레이는 없었지만 큰 활약을 보이지 못해 12일 4차전에서는 선발 명단에서 제외됐다. 그러나 임훈은 이날 대수비로 출장해 8회 KIA 심동섭을 상대로 1타점 우전 적시타를 날리며 존재감을 알렸다. 임훈은 아직 자신의 성적에 아쉬움이 많은 듯 했다. 그는 "(조)동화 형이 없어서 부담이 많다. 형이 가을에 좋은 플레이를 많이 보여줬다. 나도 그렇게 하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했는데 막상 해보니 힘들더라"며 표정이 굳었다. 그러나 그는 곧 "지금은 2아웃에서도 처절하게 살아나가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면서 "지금도 긴장이 안된다면 거짓말이지만 처음보다는 많이 나아졌다. 아직 나는 무조건 앞만 보고 가고 있다"고 포스트시즌에 나서는 굳은 의지를 드러냈다. SK는 준플레이오프에서 1패 후 3연승으로 KIA를 꺾고 플레이오프에 올라 16일부터 사직구장에서 롯데와 만난다. 임훈에게는 당연히 첫 플레이오프 출장이다. 그가 비로소 누군가의 대체 선수라는 꼬리표를 떼고 당당하게 자신의 이름을 알릴 수 있을지 궁금하다. autumnbb@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