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우승에 빛 바랜 곽희주의 부상 투혼
OSEN 황민국 기자
발행 2011.10.15 17: 58

트레이너는 두 손으로 X자를 그렸다. 교체가 필요하다는 얘기였다. 그러나 선수는 고개를 저으며 일어섰다. 절뚝이면서도 경기에 뛰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수원 삼성의 수비수 곽희주(30)의 얘기다. 곽희주는 15일 낮 성남탄천종합운동장에서 열린 성남 일화와 2011 하나은행 FA컵 결승전에 선발 출전했다. 지난 8월 발꿈치 부상으로 전열에서 이탈한 뒤 무려 9주 만에 경기에 나섰다. 아직 완벽한 컨디션이 아니었지만, 자신이 필요한 소속팀 사정에 기꺼이 출전을 결정했다. 곽희주의 활약은 기대 이상이었다. 오랜 만에 경기에 나섰지만 동료들과 절묘한 호흡으로 든든한 수비벽을 선보였다. 라돈치치와 에벨찡요 등을 앞세워 강약을 잘 살린 성남의 공세도 매서웠지만, 번번이 수비에 막히면서 소득을 내지 못했다. 오히려 수비에 안정을 찾은 수원이 매서운 역습으로 성남을 압도했다. 비록 애매한 오프사이드 판정이 내려졌지만 전반 31분 박현범의 슈팅이 성남의 골문을 흔들었다. 그러나 곽희주에게 주어진 시간은 거기까지였다. 전반 36분 에벨찡요를 막아내는 과정에서 정강이에 부상을 당한 것. 곽희주는 경기에 계속 뛰겠다는 의지를 보였지만 역부족이었다. 주심의 지시에 따라 들것에 실려나간 곽희주는 절뚝이면서도 포기하지 않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윤성효 감독은 제대로 걷지도 못하는 선수를 내보낼 수는 없었다. 결국 곽희주는 눈물을 머금으며 벤치에 앉았고, 그 대신 최성환이 경기에 나서는 모습을 지켜봐야 했다. 더욱 안타까운 것은 곽희주의 부상 투혼이 수원의 FA컵 준우승으로 빛이 바랬다는 것. 곽희주는 안타까운 표정을 숨기지 못한 가운데 경기장을 나갔다. stylelomo@osen.co.kr 성남=민경훈 기자 rumi@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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