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 '2군 퍼펙트'가 살린 이용훈의 기회
OSEN 박현철 기자
발행 2011.10.16 07: 14

우리나이 서른 다섯의 베테랑 투수. 확대 엔트리 시행 뒤에도 한동안 2군에 머물러 방출 위기에 놓였던 투수를 포스트시즌으로 이끈 것은 바로 2군 퍼펙트게임이었다. 스스로 발판을 마련한 롯데 자이언츠 우완 이용훈(34)의 가을 야구가 기대되는 이유다. 이용훈은 지난 15일 발표된 SK와의 플레이오프 26인 선수 엔트리에 이름을 올렸다. 당당히 투수진 11명 대열에 합류한 이용훈은 포스트시즌 통산 5경기서 평균자책점 4.00을 기록했다. 올 시즌 페넌트레이스서 이용훈은 단 4경기에 등판해 1패 평균자책점 11.25를 기록했다. 시즌 4경기 출장에 그쳤던 이용훈은 지난 13일 자체 청백전서 백팀 선발로 나서 3이닝 1피안타(탈삼진 3개) 무실점으로 호투하며 투수진 히든카드로 꼽힌 셈이다. 포스트시즌 엔트리 탑승에는 청백전 호투도 한 몫 했으나 그 이전 1,2군 역대 첫 퍼펙트게임이 가장 큰 이유였다. 이용훈은 지난 9월 17일 2군 대전 한화전서 9이닝 116구 퍼펙트 피칭을 선보였다. 사실 이용훈은 9월 1일 확대 엔트리 실시 후에도 2군에 있었다. 시즌 중반 2군에서 왼손 손가락 골절로 운동을 쉰 것도 컸으나 우리 나이 서른 다섯의 우완 투수가 확대 엔트리 실시와 함께 1군에 오르지 못했다는 것은 팀의 기대치가 굉장히 작았음을 의미한다. 선수 생명의 위기와도 같던 9월 초였다. 그러나 이용훈은 퍼펙트게임으로 다시 양승호 감독을 비롯한 코칭스태프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직구 구속도 140km대 중반으로 회복했고 젊은 시절 발목을 잡았던 제구난에서도 회복한 모습을 보였다. 2군 퍼펙트게임 후 1군 한화와의 2경기에 나선 이용훈은 2⅓이닝 2피안타 1탈삼진 1실점을 기록했다. 표본은 적지만 사사구 허용이 없었음은 주목할 만 하다. 또한 SK는 자신의 두 번째 소속팀이기도 한 만큼 이용훈에게 이번 플레이오프는 더욱 뜻깊은 무대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2000년 삼성에서 데뷔했으나 2001년 말 2-6 트레이드로 SK 이적했던 그는 2003시즌 중반 좌완 김영수와 1-1 트레이드로 고향팀 롯데에 둥지를 틀었다. 2002년 이용훈은 SK 소속으로 2승 3패 평균자책점 8.64에 그쳤던 바 있다. 신인이던 11년 전 커리어하이인 9승과 139이닝을 소화한 뒤 제구 난조와 어깨 부상 및 수술로 두각을 나타내지 못한 채 베테랑이 되어버린 이용훈. 마지막 기회를 스스로 잡아낸 이용훈은 또 하나의 기적을 꿈꾼다. farinelli@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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