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와 아마가 총망라된 무대서 왕좌에 오른 팀은 성남 일화였다. 성남은 지난 15일 성남탄천종합운동장에서 열린 2011 하나은행 FA컵 결승전에서 수원 삼성을 1-0으로 꺾고 우승을 차지했다. 이날 성남은 후반 31분 홍철이 올린 코너킥을 조동건이 감각적인 헤딩으로 방향을 바꿔 결승골을 터트렸다. 성남이 우승을 차지하는 순간, 경기장 한 켠에서는 아쉬움의 탄성이 흘렀다. 수원 팬들은 아니었다. K리그에서 6강 플레이오프 진출을 다투고 있는 팀들을 응원하는 이들이었다. 이들의 아쉬움에는 이유가 있었다. 이미 6강 플레이오프 진출이 좌절된 성남과 달리 수원이 FA컵에서 우승할 경우 K리그 플레이오프 4위에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진출권이 양도될 가능성이 있었기 때문이다. 프로축구연맹은 FA컵 우승팀이 AFC 챔피언스리그 진출권을 또 다른 방법으로 획득할 경우(플레이오프 최종 순위 1, 2, 3위) FA컵 준우승팀이 아닌 플레이오프 차순위팀에 기회를 준다. 6강 플레이오프에 진출할 가능성이 높은 FC 서울과 전남 드래곤즈 그리고 부산 아이파크와 울산 현대, 제주 유나이티드 등의 팬들도 이날 만큼은 수원을 응원할 수밖에 없었던 셈이다. 이 덕에 FA컵 우승팀 성남은 악역이 됐다. 신태용 성남 감독은 "AFC 챔피언스리그 진출이라는 열매가 눈 앞에 있다면 그 누구라도 생각은 똑같을 것이다. 다른 팀들의 팬들이 수원을 응원하는 것은 당연하다"면서도 "어쨌든 FA컵 우승팀은 성남이다. AFC 챔피언스리그 진출권을 손에 넣었으니 내년에도 아시아 정상에 도전하겠다. AFC 챔피언스리그 진출권을 얻은 성남의 의무"라고 말했다. stylelomo@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