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차피 다 선발로 나갈 선수들이다". 지난 15일 열린 롯데와 SK의 미디어데이 화제는 선발투수 공개였다. 통상 미디어데이에서는 1차전 선발투수만 예고하지만 롯데 양승호 감독은 이례적으로 1·2·3차전 선발투수를 모두 공개했다. 1차전 장원준, 2차전 송승준, 3차전 라이언 사도스키로 선발패를 오픈한 것이다. 이에 SK 이만수 감독대행도 한술 더 떠서 1~4차전 선발을 모두 발표했다. 16일 플레이오프 1차전을 앞두고 취재진과 만난 양승호 감독은 전날 미디어데이에 대해 "어차피 다 나갈 투수들 아닌가. 그 전에 일부러 선발투수를 말하지 않은 건 미디어데이에서 할 이야기가 없을까봐 일부러 그랬던 것"이라며 껄껄 웃어보였다. 양 감독은 "투수코치들이 선발을 놓고 고민을 하더라. 그래서 내가 그냥 다승 순으로 가자고 말했다. 15승(장원준)-13승(송승준)-11승(사도스키)으로 딱 떨어진다. 다승 순으로 결정하면 선수들 사이에서 뒷말도 나오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사실 감독 입장에서는 미리 전력을 노출시킬 필요는 없다. 포스트시즌처럼 큰 경기에서 전력 노출은 민감한 부분이다. 하지만 양 감독은 "선발 갖고 고민할 필요 없다. 당장 오늘 경기가 중요하지 3차전을 준비하는 것도 아니지 않나"며 "어차피 경기가 끝나면 선발이 나올텐데 숨기는 건 아무 의미가 없다"고 잘라 말했다. 화끈하게 정면승부하겠단 것이다. 양 감독의 자신감은 투수 엔트리를 11명으로 잡은 것에서도 나타난다. SK가 투수를 12명으로 꾸린 반면 롯데는 11명으로 구성했다. 이에 대해 양 감독은 "페넌트레이스와 달리 단기전이기 때문에 그렇게 많은 투수가 필요없다. 우리 선발투수들이 최소 5이닝을 던져주기 때문에 괜찮다"고 자신했다. 이에 그치지 않은 양 감독은 "어차피 3차전에서 끝날 것"이라며 "3승1패나 3승2패를 이야기한다면 우리 투수 중 누군가 진다는 뜻 아닌가. 선수들에게 좋지 않은 말"이라고 덧붙였다. 이어 양 감독은 "선발도 다승순으로 결정했으니 타순도 타율 순서대로 한 번 해볼까"라며 농담을 던졌다. 타율 순서대로 하면 롯데의 1번타자는 이대호가 된다. 물론 어디까지나 경기 전 부담을 풀기 위한 농담이었다. waw@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