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또 심리전이에요? 이번엔 안 말려요". 준플레이오프 MVP는 역시 달랐다. 정근우(29, SK 와이번스)가 플레이오프 1차전을 앞두고 상대팀 롯데의 공공의 적이 됐다. 그러나 그는 의연하게 롯데의 견제에 대처했다. 여유와 웃음이 넘쳤다. 16일 오후 사직구장에서 롯데와 SK의 PO 1차전이 열렸다. 경기 전 롯데 덕아웃에서는 기자들과 만난 양승호 감독을 포함한 손아섭은 "정근우를 잡아야 한다"며 강한 어조로 말했다. 이유가 있었다. 정근우는 준PO에서 4경기에서 17타수 9안타, 타율 5할2푼9리를 기록하며 톱타자로 SK 공격의 첨병 역할을 제대로 수행했다. 결국 정근우는 기자단 투표에서 23표를 얻어 22표의 안치용, 20표의 박재상을 제치고 준플레이오프 MVP에 올랐다. 이 때문에 롯데는 이번 시리즈에서 정근우를 표적으로 삼았다. 롯데로서는 선두타자인 정근우만 묶으면 승리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롯데의 발언을 들은 정근우는 어떤 반응을 보였을까. 경기 전 내야 수비 훈련을 마치고 덕아웃에 잠시 들어온 정근우는 기자들로부터 "롯데에서 정근우만 잡으면 된다"는 말을 듣고 "안 나가면 되죠"라며 웃었다. 특히 부산고 후배 손아섭이 "정근우 선배처럼 하고 싶다"고 말했다고 하자 "(손)아섭이는 왜 또 저를 가지고 그러죠"라고 반문한 뒤 "학연으로 엮지 말라"며 미소를 지었다. 그러면서 그는 "아섭이도 잘 할 것"이라며 후배에 대한 덕담을 잊지 않았다. 더불어 양승호 감독도 정근우를 잡아야 한다"는 말에 정근우는 "감독님까지 왜 그러시죠"라며 "아, 고대시죠? 또 엮였네요"라며 태연하게 웃음을 보였다. 그러나 정근우는 이윽고 "다 심리전이에요. 안 말려듭니다"라며 "제가 못하면 최정이랑 정상호가 잘 할 겁니다. 걱정하지 않습니다"라며 배트를 집어 배팅 케이지로 이동했다. 경기 시작 전부터 팽팽한 신경전에 심리전까지펼친 롯데와 SK. 이제 총성 없는 전쟁은 시작됐다. agassi@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