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타자가 즐비한 우타자 군단 롯데 자이언츠. 거기에 열광적인 응원으로 유명한 사직구장. 그렇지만 처음으로 가을잔치에 나선 SK 와이번스의 '신 좌완병기' 박희수(28)는 거침이 없었다. 박희수는 16일 사직구장에서 벌어진 '2011 롯데카드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와의 플레이오프 1차전 4-4로 맞선 6회 1사 1루에서 팀의 세 번째 투수로 마운드에 올랐다. 박희수는 긴장이 덜 풀린 탓인지 보크를 범한 뒤 손아섭에 사구를 허용해 1사 1,2루 위기를 맞았다. 그리고 손아섭을 기다리고 있는 롯데의 타순은 우타자 전준우와 이대호. 위축될 법 하지만 박희수는 전준우를 4구 만에 높은 직구로 헛스윙 삼진을 유도해 냈다. 이어 이대호까지 유격수 땅볼로 잡아내 위기를 넘겼다. 박희수가 6회를 막아내자 7회 SK는 안치용의 역전 투런포로 6-4 리드를 잡았다. 박희수의 호투에 SK 이만수 감독대행도 끝까지 믿음을 보여줬다. 박희수는 7회 첫 타자 홍성흔에 우전 안타, 강민호에 볼넷을 내주며 흔들리는 모습을 보였다. 좋은 불펜 자원을 보유한 SK였고 롯데는 우타자가 줄지어 포진해 있어 박희수의 교체를 고려해 볼 만했지만 이 감독대행은 끄떡없었다. 결국 박희수는 황재균의 희생번트로 이어진 1사 2,3루에서 조성환을 내야 땅볼로 잡아내며 1실점으로 위기를 막았다. 그제야 이 감독대행은 박희수를 교체했고 정대현은 박희수가 남겨 둔 3루 주자를 무사히 막아내 리드를 지켰다. 비록 정대현이 8회 동점을 허용하며 박희수의 승리는 날아갔지만 분명 팀 승리에 다리를 놓은 역투였다. 경기 전 박희수는 "좌완 투수이긴 하지만 사실 우타자 상대가 더 자신있다"고 의외의 이야기를 꺼냈다. 보통 좌완 투수는 우타자를 껄끄러워하기 마련. 하지만 박희수는 "다들 좌완은 좌타자를 잡는다고 생각하기에 오히려 부담이 된다. 그래서 우타자를 상대하는 것이 더 편하게 느껴진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박희수는 올 시즌 우타자를 상대로 피안타율 1할3푼7리, 피출루율 2할6푼9리 등 강력한 모습을 보여줬다. 우타자를 상대로 한 WHIP은 0.98로 '특급 불펜'다운 위용을 떨쳤다. 반면 좌완을 상대로는 피안타율 2할3푼2리, 피출루율 2할9푼8리, WHIP 1.21을 기록했다. 분명 뛰어난 성적이지만 우타 상대 성적과 비교하면 조금 떨어지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박희수가 우타자에 자신감을 보인 이유가 여기 있었다. SK 김정준 전력분석팀장은 "박희수 볼이 워낙 좋다"며 엄지손가락을 치켜 들었다. 김 팀장은 "박희수는 좌우로 넓게 찌르는 공이 일품"이라며 "특히 우타자를 상대로는 효과적으로 도망가며 유인할 수 있는 변화구가 있어 유리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박희수는 생애 첫 포스트시즌인 KIA와의 준플레이오프 3차전에서 ⅔이닝 무실점을 거두며 홀드를 기록했다. 그리고 이번엔 비록 마지막에 승리 투수가 될 기회가 날아가긴 했지만 팀 승리에 가교를 놓았다. 이렇게 '신예' 박희수의 가을은 깊어만 가고 있다. cleanupp@osen.co.kr 부산=손용호 기자,spjj@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