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비된 감독감인가. 이만수(53) SK 와이번스 감독대행이 포스트시즌서 특유의 공격적인 야구와 함께 과감한 작전으로 연승 행진을 벌이고 있다. 이 감독대행은 KIA 타이거즈와의 준플레이오프 1차전 패배후 16일 롯데 자이언츠와의 플레이오프 1차전까지 내리 4연승을 거두는 기염을 토하고 있다. 이 감독대행은 초보 사령탑이지만 흔들림없는 게임 운영으로 SK가 강팀의 면모를 발휘하는데 일조하고 있다. 지난 8월 김성근 감독의 중도 퇴진으로 갑작스럽게 1군 감독대행직을 맡았지만 팀을 잘 추슬러 포스트시즌까지 이끈데 이어 가을잔치서도 진가를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물론 지난 수년간 1군 수석코치로 가을 야구를 경험하기는 했지만 중요 순간 모든 것을 결정하는 사령탑으로서는 이번이 처음으로 기대 이상의 지도력을 발휘중이다. 이 대행은 준플레이오프에서는 기막힌 대타작전으로 반전을 이뤄낸데 이어 플레이오프에서는 적절한 투수 교체로 승기를 잡고 있다. 준플레이오프에서는 최동수와 안치용을 대타로 기용, 홈런 한 방으로 분위기 전환을 꾀해 성공했다. 이어 플레이오프 1차전서는 적재적소의 불펜 운용으로 승리를 따내며 기선을 제압했다. 선발로 나선 좌완 에이스 김광현이 제구력이 흔들리며 고전하자 과감하게 옆구리 투수 이영욱을 투입해 불을 껐다. 4회말 한 점을 더 내줘 3-4로 뒤진 가운데 계속된 2사 1, 2루 위기에서 이영욱을 투입, 롯데 간판이자 최고 타자인 이대호를 유격수 땅볼로 처리하며 추가 실점을 막았다. 선발 김광현을 좀 더 끌고갈 수도 있는 상황이었지만 과감하게 내리고 정규시즌 때도 롯데전에 강세를 보였던 이영욱을 올려 롯데 상승세를 가라앉혔다. 이영욱은 6회 1사까지 잡고 마운드를 좌완 박희수에게 넘길 때까지 1.2이닝 동안 삼진 3개 포함 2피안타 무실점으로 제몫을 다해냈다. 느린 변화구로 롯데 타선의 예봉을 꺾었다. 좌완 박희수의 투입도 이 대행의 과감함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롯데 타선은 SK 특급 좌완 불펜의 조기 투입을 막기 위해 타선에 오른쪽 타자들을 집중 배치했다. 2번 손아섭을 제외하고는 전원이 우타자들로 선발 라인업을 짰다. 하지만 이만수 대행은 준플레이오프부터 컨디션이 최고였던 좌완 박희수 카드를 좌타자 손아섭 타석이 되자 곧바로 꺼내들었다. 박희수는 6회 등판하자마자 손아섭을 몸에 맞는 볼로 내보내고 7회 홍성흔에게 안타를 맞고 동점을 허용하기는 했지만 롯데 중심타자들에게 주눅들지 않고 씩씩하게 던졌다. 이후 정대현-엄정욱-정우람까지 이어지는 투수 교체는 막판 팀승리의 디딤돌이 됐다. 현장에서 이를 지켜본 대다수 전문가들은 “이 감독대행의 투수 교체가 적절했다. 초보 사령탑으로 긴장된 순간에도 흔들리지 않고 정확한 판단을 보여주고 있다”며 이 감독 대행의 지도력을 높게 평가했다. 이 감독 대행은 비단 게임 운영 능력 뿐만아니라 기존 감독들과는 다른 어필로도 눈길을 끌고 있다. 16일 플레이오프서 2번에 걸친 경기 중 그라운드 진입(?)은 선수 때보다도 더 빠른 질주를 보여주기도 했다. 심판 판정에 약간의 이상함이 있으면 곧바로 달려나와 해명을 요구했다. 이 감독대행은 “어필은 곧바로 해야 바로 잡을 수 있다. 천천히 하면 안된다”는 지론을 유감없이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심판진도 이 감독 대행의 어필에 상황 설명으로 경기를 무리없이 진행하고 있다. 일부 야구계 인사들 사이에서는 빠른 행동이 가벼워보인다는 지적도 있지만 그만의 색깔로 강점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뚝심과 파이팅이 좋아보인다는게 야구계의 중론이다. 이 감독대행이 포스트시즌서도 흔들림 없는 게임 운영 능력을 보여주면서 SK 차기 사령탑으로 정식 감독이 될 것으로 확실시되고 있다. SK 구단은 포스트시즌이 끝난 후 결정될 사안이라며 말을 아끼고 있지만 어려운 가운데서도 팀을 가을잔치로 이끌었고 포스트시즌서도 안정된 경기력을 보여주고 있는 점은 높이 평가받을만 하다. 현역시절 한국야구 최고 타자로 인기를 구가했고 미국 메이저리그에서 오랜 기간 연수를 하며 지도자 수업을 쌓은 이만수 대행이 포스트시즌서 어디까지 승승장구할지 주목된다. sun@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