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2] 송승준, '스플리터'로 부린 '마법 호투'
OSEN 박현철 기자
발행 2011.10.17 21: 13

유인구로만 쓴 것이 아니라 스트라이크 존을 겨냥해 던지기까지 했다. 2년 전 팀의 에이스 노릇을 했던 조정훈(공익근무 중)이 좋을 때의 투구를 보는 것 같았다. '타미' 송승준(31. 롯데 자이언츠)의 스플리터가 SK 와이번스 타선을 효과적으로 봉쇄하는 주무기로 빛을 발했다. 송승준은 17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벌어진 SK와의 플레이오프 2차전에 선발로 나서 6이닝 동안 5피안타(탈삼진 6개, 사사구 3개) 1실점으로 호투했다. 이날 팀이 4-1로 승리하며 롯데는 12년 간 지긋지긋하게 따라 붙었던 '포스트시즌 홈 12연패' 꼬리표를 떼어냈다. 특히 주무기 중 하나인 스플리터가 SK 타선을 결정적인 순간 침묵하게 했다. 반포크볼로도 불리는 스플리터의 정식 명칭은 스플릿 핑거 패스트볼(Split-Finger Fastball). 정식 명칭에서 알 수 있듯 직구에서 파생된 구질이다. 정통 포크볼보다 낙차가 작은 반면 직구와의 속도 차는 상대적으로 작아 타자들의 타이밍을 흐트러뜨리기 좋은 공이다. 아래로 떨어지는 만큼 타자를 현혹시키는 유인구로 쓰이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커트 실링(전 보스턴)처럼 스플리터를 자유자재로 구사하는 투수의 경우 이를 스트라이크존 하단에 맞춰 결정구로 쓰거나 땅볼을 유도하는 장면도 자주 보여줬다. 2009년 14승을 거두며 공동 다승왕이 되어썬 조정훈이나 최근 3년 간 삼성-넥센에서 활약한 브랜든 나이트의 경우도 감이 좋을 때는 포크볼 종류를 스트라이크존 안쪽으로 적극적으로 던져 타자를 잡아냈다. 이날 송승준도 그와 같은 투구를 펼쳤다. 초반 송승준은 타자의 방망이를 헛돌게 하는 스플리터로 재미를 보았다. 1회 이호준의 삼진 시 132km의 스플리터가 아래로 향하며 헛스윙 삼진을 이끌었다. 2회 선두타자 박정권의 헛스윙 삼진도 134km의 스플리터가 빛을 발하며 솎아낸 삼진이다. 4회부터 송승준은 스플리터로도 땅볼을 유도해내는 모습을 보였다. 4회 1사 1루서 송승준의 초구 스플리터(134km)에 이호준의 방망이가 나갔으나 이는 3루수 병살타로 연결되었다. 5회 선두타자 박정권은 송승준의 5구 째 스플리터(131km) 궤적을 읽고 배트 끝으로 퍼올렸으나 이는 중견수 뜬공으로 이어졌다. 5회까지 78개(스트라이크 48개, 볼 30개)의 공을 던진 송승준은 이 가운데 29개(37%)의 스플리터를 던졌다. 대개 첫 스트라이크를 잡은 이후 유리한 카운트를 잡기 위해 던지는 빈도가 높았고 2스트라이크 이후에는 절반 이상이 스플리터 구사로 이어졌다. 물론 지나친 믿음은 금물이다. 6회 송승준은 선두타자 박진만에게 유리한 카운트를 이끌기 위해 5구 째 스플리터(131km)를 던졌다가 중전 안타를 내주기도 했다. 그러나 송승준은 정근우를 병살로 유도한 데 이어 박재상의 1루 견제사를 이끄는 기지까지 발휘하며 호투했다. 지난 3년 간 포스트시즌서 3패 평균자책점 15.88로 부진을 거듭했던 송승준은 스플리터의 탁월한 움직임을 앞세워 비로소 '에이스' 노릇을 했다. farinelli@osen.co.kr  부산=손용호 기자 spjj@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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