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정적인 순간 홈런을 때려내며 '난세영웅' 수식어를 다시 찾은 남자. 그리고 이번에는 기본기가 제대로 갖춰진 번트를 보여줬으나 팀의 동점 및 역전으로는 이어지지 않아 아쉬웠다. 안치용(32. SK 와이번스)이 팀의 추격 시점에서 절묘한 희생번트를 보여줬다. 안치용은 17일 부산 사직구장서 벌어진 롯데 자이언츠와의 플레이오프 2차전서 6번 타자 우익수로 선발 출장해 2타수 무안타(2삼진)에 그쳤다. 무안타에 그쳤으나 7회초 포수와 투수, 1루수가 모두 달려들 정도의 절묘한 번트 타구로 1사 2,3루 기회를 이끈 장면은 안치용의 17일을 무조건 부진으로 몰 수 없었다. 상대 투수 강영식의 초구 볼을 골라낸 안치용은 강영식의 2구 째를 번트했다. 이는 교과서적인 번트로 이어졌다. 워낙 위치가 절묘했기 때문에 주자 두 명이 여유있게 진루할 수 있던 타구였다. 이번 포스트시즌서 2홈런 5타점을 올리며 클러치 능력과 파괴력을 과시 중인 안치용. 그러나 사실 그는 LG 시절 충실하게 번트 연습을 했던 선수였다. 2008시즌 전지훈련도 가지 못한 채 국내 잔류군으로 기대치가 극히 낮았던 안치용은 그해 5월 경쟁자 김준호(한화)의 부상을 틈 타 주전 한 자리를 꿰차며 그해 2할9푼5리 7홈런 52타점을 올렸다. 당시 안치용이 열중했던 훈련 중 하나는 바로 번트였다. 당시 3번 타자로 나섰기 때문에 정작 실전에서 번트 시도는 많지 않았던 안치용이었으나 경기 전 훈련에서는 꼭 빼놓지 않고 번트를 연습했다. "원래 해야하는 훈련이니까. 그리고 번트를 자주 연습하면 선구안도 이전에 비해 좋아진다. 스트라이크 존에 들어오는 공을 번트하는 것이 이 훈련의 목적이다. 그래서 계속 하다보니 자연스레 선구안도 좋아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올해 페넌트레이스서 안치용이 희생번트는 두 차례에 불과했다. 그러나 그는 아직도 번트 연습을 허술히 생각지 않고 있다. 반복적인 번트 훈련을 통해 선구안도 키웠던 안치용의 절묘한 번트는 비록 팀을 승리로 이끌지는 못했으나 그가 경기 전 연습에 쏟던 땀방울을 다시 떠올리게 했다. farinelli@osen.co.kr 부산=손용호 기자 spjj@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