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만수 감독대행 한테 내 전매특허 빼앗겼잖아". 가을 잔치가 한창인 2011년 10월, 이른바 '야구는 선수가 한다'라는 말이 화제다. KIA 타이거즈와의 준플레이오프를 승리로 이끌고 롯데 자이언츠와 한창 플레이오프를 치르고 있는 SK 와이번스 이만수(53) 감독대행은 입버릇처럼 "야구는 선수가 한다"라는 말을 한다. 또한 새롭게 두산 베어스의 사령탑에 오른 김진욱(51) 감독은 취임사에서 "감독이 혼자 잘나서 하는 게 야구는 아니다. 야구는 선수가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이처럼 '야구는 선수가 한다'는 새로운 감독의 리더십을 상징하는 말로 통하고 있다. 선수들에게 절대적인 영향력을 미치면서 통제하는 감독이 아니라 선수들 스스로가 몸에 배인 야구를 펼치도록 유도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 대행이 그 말을 애용하는 가운데 준플레이오프를 통과하자 '이만수의 리더십'이 새롭게 조명 받고 있다. 17일 플레이오프 2차전을 앞두고 만난 롯데 양승호(51) 감독은 '야구는 선수가 한다'라는 말에 대한 권리를 주장하고 나섰다. 양 감독은 "그 말은 내가 올 시즌 초부터 항상 하던 말"이라며 "한참 성적 안 나올 때는 그런 말해도 신경 안 쓰더니 이제 SK 이만수 대행이 그 말 하니 집중 받고 있다. 내 전매특허를 빼앗겼네"라며 짐짓 억울한 듯 말했다. 실제로 양 감독은 취임했던 4월부터 '야구는 선수가 한다'라는 말을 계속 해 왔다. 팀이 승리하면 선수들에게 공을 돌리고, 패배에 대한 책임은 선수들에게 결코 묻지 않았다. 대신 양 감독 본인의 문제라고 말하며 선수들을 감싸왔다. 이러한 양 감독의 리더십은 7월 부터 힘을 발휘하기 시작했고, 결국 롯데는 하반기 질주로 정규시즌 2위를 차지해 플레이오프 진출을 확정 지었다. 잠시 무언가 생각하던 양 감독은 "나나 이 대행이나 '야구는 선수가 한다'라고 항상 말해 왔다. 그러니 만약 플레이오프 전적 1승 1패가 되면 감독도 필요 없고 어차피 선수가 야구를 다 하니 이 대행이랑 인천 올라가서 등산이나 해야겠다"라며 "대략 6시 쯤 등산 시작해서 10시 쯤 내려오면 야구 결과가 다 나와 있겠지"라고 말하며 껄껄 웃었다. 그리고 양 감독의 말 덕분 이었는지 롯데는 SK를 4-1로 꺾고 전날 패배를 설욕했다. 선발 송승준의 6이닝 1실점 역투와 전준우의 결승 투런포, 강민호의 쐐기 솔로포에 힘입어 승리를 거뒀다. 어찌 보면 양 감독의 말 그대로 감독의 작전 지시가 아닌 선수의 기량으로 거둔 승리라 할만 했다. 과연 19일 문학에서 양 감독이 이 대행에게 등산을 제의(?)할지 궁금해진다. cleanupp@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