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경완이 중요한 상황에 다시 나오기는 힘들지 않을까". 롯데는 SK와의 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6-7로 패했다. 5회까지는 4-3으로 리드했지만 6회초 선발 장원준이 2루타를 맞으며 강판된 뒤 등판한 임경완이 후속타를 맞으며 블론세이브를 범한 것도 뼈아팠다. 후속타 이후에는 수비에서 아쉬운 움직임으로 내야안타까지 주고 강판됐다. 한 전직 롯데 감독은 "임경완이 이번 플레이오프에서 중요한 상황에 다시 나오기는 힘들지 않을까"라고 내다봤다. 그런데 불과 하루도 지나지 않은 2차전에서도 임경완은 다시 마운드에 올랐다. 3-1로 리드하던 무사 1·2루. 1차전과 같이 동점 주자가 있는 매우 부담스런 상황이었다. 하지만 양승호 감독은 "포스트시즌은 중간 불펜 싸움이다. 불펜이 강해야 이길 수 있다"고 강조하며 페넌트레이스에서 필승조로 활약한 임경완을 또 다시 믿고 마운드로 올려보냈다. 첫 타자 안치용의 희생번트로 1사 2·3루. 여기서 임경완은 김강민을 초구 몸쪽 싱커로 3루 땅볼 처리하며 주자를 묶어뒀다. 이어 정상호까지 몸쪽 싱커로 땅볼을 유도한 뒤 황재균의 환상적인 맨손 캐치와 러닝스로로 실점없이 위기를 잘 넘어갔다. 이어 8회에도 박진만과 정근우를 모두 3루 땅볼로 처리하며 자신의 임무를 완벽하게 마쳤다. 1⅔이닝 무실점 퍼펙트 피칭. 포스트시즌 개인 통산 첫 홀드였다. 양승호 감독은 임경완의 등판에 대해 "연습할 때 피칭을 보면 볼이 뚝 떨어지거나 쭉 들어가는게 보인다. 불펜피칭을 할 때 보니까 처음부터 공이 잘 떨어지더라"며 "경완이는 싱커가 떨어지지 않으면 난타를 당할 수 있지만 낮게 잘 떨어지면 땅볼을 많이 유도할 수 있다. 오늘은 컨디션이 좋았고, 3루 땅볼이 많이 나왔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이날 임경완은 안치용의 희생번트를 뺀 나머지 아웃카운트 4개를 모두 3루 땅볼로 잡았다. 우타자 몸쪽 낮게 떨어진 싱커가 효과적으로 먹혀든 결과. 3루수 황재균의 환상적인 수비 이전에 임경완의 땅볼을 유도하는 낮은 싱커가 있었다. SK 이만수 감독대행도 "임경완이 몸쪽 싱커가 너무 좋아 공략하지 못했다"고 인정할 정도였다. 하지만 정신적으로 강해진 걸 빼면 설명이 되지 않는다. 양승호 감독은 "결국 멘탈 싸움이었는데 경완이가 잘 이겨내줬다"며 흡족한 표정을 지었다. 전날 실패로 분명 쉽지 않은 상황이었지만, 베테랑답게 잘 이겨낸 것에 대한 대견함이었다. 이어 양 감독은 "중요한 순간 우리 불펜 투수들이 잘 던졌다"고 용기를 북돋았다. 불펜의 맏형 임경완이 살아야 롯데의 불펜도 강해진다. 양 감독은 임경완을 믿었고, 임경완도 세이브 이상 가치있는 '터프 홀드'로 보답했다. 롯데 불펜은 더 이상 만만하지 않다. waw@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