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간의 분노와 사랑을 눈으로 볼 수 있게 됐다. 영화 '트리 오브 라이프'에서 말이다. 18일 오후 2시 왕십리 CGV에서 영화 '트리오브라이프'의 시사회가 열린 가운데 영화의 세련된 영상미가 보는 이의 시선을 단번에 사로잡았다. '2011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에 빛나는 이 영화는 극 초반 우주와 대자연의 경이로움 속으로 관객을 인도한다. '트리 오브 라이프'는 어느 가정에나 존재하는 분노와 화해를 담았다. 감독은 어디에나 존재하는 감정을 어디서도 볼 수 없었던 영상으로 담아냈다. 영화의 시작은 미국 텍사스, 오브라이언(브래드 피트 분)과 아내 (제시카 차스테인 분)이 둘째 아들의 부고를 들으며 시작된다. 이들의 절망은 절제된 대사 안에서 극대화 된다. 영화는 오열이나 탄성 없이 흔들리는 카메라와 배우들의 불안한 표정, 빛과 어둠의 조합을 통해 극한의 슬픔을 담아냈다. 이들의 슬픔 뒤 15분 간 어디서도 보지 못했던 신비로운 영상의 나래가 펼쳐진다. 우주의 탄생을 눈 앞에서 보는 듯 감독은 관객을 우주 한복판으로 공간이동 시킨다. 대 자연의 향연을 쭉 보고 있는데, 왠지 가슴이 시리다. 오브라이언 가족의 비극을 우주에 녹여낸 감독의 의도가 통한 것이다. 감독은 '생명의 역사'를 영상에 담아내며 관객들이 곧 만나게 될 잭이라는 소년을 거대한 우주의 리듬 안에서 이해시키려는 의도를 가지고 있었다. 생명의 탄생과 소멸을 반복한 우주처럼 아버지와의 오해와 아픔, 이해와 사랑, 이별의 과정을 자연에 녹여낸 것이다. 영화에서 흔히 볼 수 없는 이 영상은 점차 관객을 공감으로 이끌었다. 영화의 주된 내용은 어긋나기만 하는 아버지와 아들의 관계다. 영화 속 오브라이언과 잭을 통해 우리네 가정에 흔히 있는 필연적인 오해와 아픔의 시간을 그렸다. 강한 자만이 살아남을 수 있다고 믿는 권위적인 아버지 오브라이언은 이제 막 사춘기에 접어든 첫째아들 잭에게 일방적인 권위와 독단적인 모습을 보인다. 잭은 이를 참아낼 수 없고 이들 사이는 점점 벌어진다. 하지만 영화는 어긋나는 오브라이언과 잭의 모습을 통해 가족이라는 관계 안에서 함께 성장해가는 아버지와 아들의 모습을 담아냈다. 서로에 대한 오해와 상처의 시간을 함께 겪어내며 각자에게 존재하는 우주를 인정하게 되는 과정. 결국 아무런 조건 없이 서로를 기다리고 있던 소중한 사랑을 확인한다. 그렇다. 사랑은 늘 그 자리에 있었던 것이다. 영화의 제목인 '생명의 나무'의 의미는 성인이 된 잭의 모습에서 알 수 있다. 영화에는 어린 시절 아버지와 갈등이 있었던 어린 잭과 성공한 건설가로 성장한 성인 잭이 공존한다. 하지만 어린 시절 추억은 이미 성인이 되어버린 잭에게 아직도 큰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 십수년 전 동생의 죽음은 관계의 단절이 아닌 그로 인해 새롭게 깨닫게 되는 생명의 인연을 깨닫게 하는 역할을 한다. 결국 영화의 제목 '생명의 나무'는 부모와 자식, 신과 인간의 관계 안에 깊게 뿌리 내린 사랑의 존재를 의미하며 관객에게 '가족의 의미'에 대한 숙제를 던져준다. 영화를 본 후에 한동안 아무 생각도 할 수 없었다. 영화가 던져준 숙제가 방대할 뿐더러, 분명 느껴본 감정이지만 내가 간과했던 가족간의 사랑이 새삼 가슴을 때린 탓도 있다. 가족 간의 사랑와 오해, 용서를 눈으로 보고 싶다면 오는 27일 개봉하는 '트리 오브 라이프'에 주목하자. goodhmh@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