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근-조범현, V4 합작 사제(師弟)의 퇴장
OSEN 이대호 기자
발행 2011.10.19 06: 46

최근 4년 간 한국 프로야구 우승을 독차지 했던 스승과 제자가 2개월의 시간차를 두고 결국 자리에서 물러나게 됐다. KIA 타이거즈는 18일 조범현(51) 전 감독이 자진 사퇴 의사를 밝혔다고 발표했다. 그리고 그 후임으로 선동렬(48) 전 삼성 라이온즈 감독을 내정했다. 조 전 감독은 SK와의 준플레이오프에서 패한 책임을 지고 사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로써 조 전 감독은 지난 2007년 10월 KIA 감독 자리에 오른 지 정확하게 4년 만에 지휘봉을 내려놓게 되었다. 그리고 조 전 감독의 사퇴로부터 정확하게 2개월 전인 8월 18일은 SK 와이번스 김성근(69) 전 감독이 경질 된 날이다. 김 전 감독은 ‘시즌 종료 후 자진 사퇴 하겠다’고 폭탄선언을 한 다음 날 곧바로 경질됐다. 이렇게 사제 관계로 야구를 시작했다 필생의 라이벌로 맞서기까지 했던 두 감독은 잠시 프로야구 판에서 멀어지게 됐다. 김 전 감독과 조 전 감독은 알려졌다 시피 사제관계로 유명하다. 김 전 감독은 1977년 충암고 감독을 맡아 봉황기 우승을 차지해 창단 첫 전국대회 우승을 선사했다. 그리고 조 전 감독은 충암고의 주전 포수로서 봉황기 결승전에 5번 타자로 출전, 결승 2루타로 대회 최우수 선수에 선정됐다. 이렇게 맺어진 두 감독의 인연은 프로야구로 넘어와서도 계속됐다. 김 전 감독이 OB 베어스 감독으로 1984년부터 1988년까지 재임하는 동안 조 전 감독은 선수로 함께 했다. 이어 두 사제는 쌍방울 레이더스에서 감독과 코치로 만나게 된다. 그리고 조 전 감독이 2006년 SK 지휘봉을 내려놓은 뒤 그 자리에 김 전 감독이 앉았다. 사제로 관계를 이어가던 두 감독은 2009년 정면충돌했다. KIA와 SK가 맞붙은 한국시리즈에서 치열한 지략 싸움과 신경전 끝에 제자인 조 전 감독의 승리로 승부가 결정됐다. 그 결과 2007년, 2008년, 2010년은 스승 김 전 감독이 우승을 차지했고 2009년엔 제자 조 전 감독이 정상에 올랐다. 결국 21세기 첫 10년의 후반기는 김성근-조범현 두 사제가 양분했다. 좋은 성적을 유지했음에도 불구하고 결국 스승과 제자는 경질과 자진 사퇴의 형식으로 감독 자리에서 물러나게 됐다. 지난 4년간 한국 프로야구 챔피언 자리를 독식했던 ‘공포의 사제’가 야인으로 돌아간 것이다. ‘화무십일홍’ 이라는 말이 떠오르는 지금, 두 사제가 다음번에는 어떤 모습으로 만나게 될지 궁금해진다. cleanupp@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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