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타자' 이승엽이 국내 무대 복귀를 선언했다. 2004년부터 일본 무대에서 뛰었던 이승엽은 국내 무대 복귀와 관련된 물음에 "언젠가는 돌아갈 것"이라고 한결같이 대답했다. 이승엽이 국내 무대 복귀를 선언한 까닭은 무엇일까. "목표의식이 사라진 것 같다". 언젠가 이승엽이 기자에게 건넨 말이다. 동료 선수 뿐만 아니라 구단과의 관계도 원만했던 이승엽은 야구장에서 웃는 날이 줄어 들었다. 홈런을 치더라도 활짝 웃기보단 담담한 표정을 짓는 경우가 더 많았다. 그는 "팀을 위해 싸워야 하는데 언제 부턴가 '나만 잘 하면 그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목표 의식도 서서히 줄어 들었다"고 털어 놓았다. 기자와 통화할 때마다 "재미가 없다. 뭐 좀 재미난 일 없을까"라고 말하던 이유도 이 때문이었다. 예전에는 2~3년 뒤에 현역에서 은퇴할 생각을 갖고 있던 그는 국내 무대에 복귀한 뒤 도루를 제외한 타격과 관련된 기록을 경신할 각오로 현역 생활 시점을 연장하기로 결심했다. "사람은 항상 목표가 있어야 한다"는 그가 국내 무대 복귀를 선언한 첫 번째 이유다. 이승엽은 19일 OSEN과의 전화 통화에서 "어제 일본 무대의 마지막 경기를 치른 뒤 우울했다. 8년간의 생활을 접고 다시는 돌아올 수 없으니까 많은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그리고 그는 "롯데와 SK의 플레이오프 하이라이트를 보며 예전과는 다른 기분을 느꼈다"고 덧붙였다. 외로움을 많이 타는 그는 8년간 일본에서 생활하며 고향에 대한 그리움이 커졌다. 이른바 향수병이다. 휴대 전화 뿐만 아니라 메신저, 페이스북 등 소셜 커뮤니티를 통해 지인들과 연락하며 아쉬움을 달랬다. 마음 편히 속내를 터놓을 수 있는 이들과 대화를 나눌 때면 그동안 쌓였던 스트레스가 말끔히 사라졌단다. 이승엽의 노트북에는 2006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 2008년 베이징 올림픽 때 찍은 사진이 가득 담겨 있다. 해외파 선수인 이승엽이 국내 선수들과 함께 할 수 있는 유일한 터전이나 다름없었다. 대표팀에서 찍었던 사진을 보며 좋았던 추억을 떠올리기도 했다. 그는 국내 구단 특히 삼성에서 활약 중인 선수들에 대한 관심도 컸다. "같은 선수끼리 기량을 평가하는 건 큰 실례"라는 그였지만 "김상수는 대한민국을 이끌 유격수로 성장해야 한다", "배영수 잘 해야 하는데", "요즘 최형우 잘 하더라" 등 후배들의 선전에 기뻐하기도 했다. "국내 복귀 후 홈런을 때리면 정말 마음 속에서 우러나와서 세리머니를 할 것 같다. 누가 시키거나 의도하지 않더라도 자연스레 나올 것 같다". 마음만은 당장이라도 국내 무대에 뛰고 싶은 듯 했다. 8년간의 일본 생활을 접고 국내 무대에 복귀하는 그가 변함없는 실력으로 호쾌한 대포를 가동하며 선한 미소를 지을 모습을 상상해본다. what@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