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가 순혈주의 시대를 맞이하고 있다. 프로야구에 굵직 굵직한 대형 뉴스가 연일 터져나오고 있다. 선동렬 감독이 16년 만에 고향팀 KIA 감독으로 복귀하자 이튿날에는 이승엽(오릭스)이 국내 복귀를 선언하며 친정팀 삼성행이 기정사실화되고 있다. 선동렬 감독과 이승엽의 복귀는 '고향으로의 귀향'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프로야구 지역색을 강화하는 순혈주의 시대를 상징하는 일대의 흐름이다. 순혈주의 움직임의 시작은 지난해 삼성부터였다. 지난해 12월 삼성은 갑작스럽게 감독 교체를 단행했다. 선동렬 감독이 물러나고, 선수-코치로 24년을 삼성에서 지낸 류중일 감독을 새롭게 선임했다. 류 감독의 선임을 전후로 김성래·성준·강기웅 등 과거 삼성의 전성기를 이끌었던 원조 삼성맨들이 하나 둘씩 현장 코치로 복귀하며 지역색이 더욱 강화됐다. 1년도 되지 않아 KIA도 같은 움직임을 보였다. KIA는 준플레이오프에서 무기력하게 패한 뒤 팬들로부터 강력한 압력을 받았다. 결국 조범현 감독이 물러나고, 광주가 낳은 최고 스타 선동렬 감독을 영입했다. 선 감독은 광주와 해태 출신인 이순철 코치를 수석코치로 대동하면서 타이거즈 영광의 시대를 재현하겠다는 의지를 확고히 했다. 이에 그치지 않고 이승엽마저 국내 복귀를 선언하면서 삼성의 라이온즈 색깔이 보다 더 진해질 전망. 이승엽은 범국민적인 스타였지만 삼성을 대표하는 얼굴이기도 했다. KIA팬들의 오랜 꿈이 선동렬 감독의 고향 복귀였다면 삼성팬들도 이승엽의 복귀를 누구보다 바랐다. 연이틀 팬들의 꿈이 실현되며 야구 흥행에도 큰 기폭제가 될 것이 확실시된다. 삼성과 KIA 뿐만이 아니다. 김태균의 복귀가 확실시되는 한화도 대전 출신 한대화 감독을 필두로 상당수 코치진이 팀의 레전드 출신들이다. 두산도 'OB맨' 김진욱 감독을 새사령탑으로 선임하며 기존의 순혈 색깔을 고수하고 있다. LG의 김기태 감독 선임이 팬들의 지지를 받지 못한 이유 중 하나도 순혈이 아니라는 점도 없지 않다. 한국프로야구는 태생적으로 지역성을 기반해 성장했다. 각 지역 출신 선수들을 중심으로 리그가 출범한 특성 때문이다. 시간이 지나며 지역색이 많이 옅어지기는 했지만 여전히 지역 출신이냐 아니냐 여부는 팬들의 열렬한 지지의 중요한 척도로 기저에 자리하고 있다. 프로야구의 뚜렷해진 순혈주의 시대는 지역 라이벌 구도를 고착화하고, 프랜차이즈 스타를 만들어낸다는 점에서는 반가운 일이다. 어느 프로 스포츠든 지역을 중심으로 한 애향심이 흥행의 가장 큰 기본 요소가 된다. 그러나 자칫 지역 감정으로 변질될 가능성도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과연 순혈주의 시대가 프로야구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인기의 기폭제가 될지 다양성을 막는 배타주의가 될지는 한 번 지켜볼 일이다. waw@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