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 '초구'에 대한 양팀 감독의 상반된 시선
OSEN 고유라 기자
발행 2011.10.20 06: 49

이번 플레이오프의 최대 화두 중 하나는 '초구'다. 투수가 타석에 들어선 타자에게 첫 번째로 던지는 공인 초구는 보통 스트라이크일 가능성이 높지만 투수가 가장 자신있는 구종을 선택하는 일이 많아 공략하기 쉽지 않다. 타자들은 보통 첫 번째 공에 배트를 휘두르는 모험을 하기보다는 투수 구위를 파악하기 위해 초구를 그냥 보내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공격적인 타자들은 적극적으로 초구부터 배트를 낸다. 국내팀 중 가장 '빅볼'을 구사하는 롯데 자이언츠의 타자들이 대표적으로 초구를 공략한다. 롯데는 이번 플레이오프에서도 공격적인 타격을 유지했다. 그런데 유독 초구에서 좋지 않은 결과를 많이 나왔다. 롯데가 패한 1차전에서 1회와 9회 득점권 찬스 때 강민호와 손아섭이 친 병살타구가 모두 초구였다. 이에 대해 양승호(51) 롯데 감독도 불만이 있는 듯 했다. 양 감독은 19일 플레이오프 3차전을 앞두고 "우리 선수들은 너무 초구를 공략한다"며 "항상 '노려서 치라'고 말해도 그동안 해오던 게 있어서 잘 바뀌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양 감독은 "초구에 허무하게 찬스를 날리는 것보다 자기가 자신있는 공을 노려서 치는 게 좋다"며 선수들에게 신중하게 공을 고를 것을 주문했다. '빅볼'에 익숙한 롯데 선수들에게 조금 더 섬세한 야구를 할 것을 원하는 양 감독이었다. 그런데 적장 이만수(53) SK 감독대행의 생각은 달랐다. 이 감독대행은 이날 "선수들이 초구를 그냥 보내버린다"며 정반대의 아쉬움을 표시했다. 이 감독대행은 "노려서 친다는 이야기를 많이 하는데 그런 것은 직구를 노리다 변화구가 왔을 때 대응하지 못하는 어린 선수들이 해야 할 말"이라고 꼬집어 말했다. 어떤 공이든 칠 준비가 돼있어야 한다는 말이다. 이 감독대행은 "올해 2군 감독이 되고 나서 2군에서 초구를 그냥 보내면 만 원씩 벌금을 내도록 했다. 처음에는 선수들이 익숙하지 않아서 벌금이 엄청 쌓였는데 나중에야 조금씩 적극적으로 변하더라"며 1군 선수들도 조금 더 적극적으로 나서줄 것을 당부했다. '빅볼'을 추구하던 팀에 온 '스몰볼' 감독과 '스몰볼'의 대명사이던 팀에 온 '빅볼' 감독대행은 각자 원하는 것이 다를 수밖에 없다. 초구를 치는 것이 옳은지 아닌지 정답도 없다. 다만 올 플레이오프에서 '초구 공략'으로 웃을 수 있는 팀은 어디가 될지 지켜보는 것이 하나의 재미일 듯 하다. autumnbb@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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