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씨 성을 가진 좌완 에이스는 플레이오프에서 같은 운명을 타고 난 것인가. 결국 에이스가 해냈다. 장원준(26,롯데 자이언츠)은 20일 문학구장에서 벌어진 '2011 롯데카드 프로야구' SK 와이번스와의 플레이오프 4차전에서 선발 크리스 부첵을 구원 등판해 4이닝을 1피안타 5탈삼진 무실점으로 막고 구원승을 챙겼다. 3일 휴식 후 등판이라는 불리함에도 불구하고 장원준은 혼신의 52구를 뿌렸다. 이로써 롯데는 플레이오프 전적 2승 2패로 균형을 맞추고 홈인 사직구장으로 향하게 됐다. 동시에 장원준은 데뷔 첫 플레이오프 승리라는 기쁨도 동시에 맛봤다. 플레이오프 1차전 선발 등판에서 장원준은 에이스로서의 자존심을 구겼다. 팀 타선이 경기 초반 3점의 리드를 만들어 줬음에도 불구하고 결국 동점을 허용하고 말았다. 성적은 5이닝 9피안타 1피홈런 2사사구 3탈삼진 4실점. 결국 롯데는 연장 승부 끝에 SK에 6-7로 패하고 말았다. 내년 경찰청 입대를 앞두고 남다른 각오로 포스트시즌을 맞이한 장원준에게는 잊고 싶은 순간이었다. 결국 장원준은 선발이 아닌 구원 등판으로 제 몫을 해냈다. 장원준의 최고 구속은 142km에 지나지 않았으나 뛰어난 제구력을 바탕으로 주무기인 체인지업까지 완벽하게 펼쳤다. 지난달 30일 故 최동원 추모경기에서 구원 등판, 7⅓이닝 무실점으로 승리를 따 내던 모습과 정확히 일치했다. 그리고 동시에 장원준의 이날 호투는 지난해 장원삼(28,삼성 라이온즈)의 플레이오프 모습을 떠올리게 했다. 올 시즌 장원삼은 어깨 통증으로 인한 동계훈련 부족으로 8승 8패 평균자책점 4.15에 그쳤다. 그렇지만 지난해 장원삼은 13승 5패 평균자책점 3.46으로 데뷔 후 가장 많은 승수를 거두며 활약 했다. 지난해 비록 플레이오프 1차전 선발을 차우찬에게 양보했지만 삼성 마운드의 에이스는 장원삼이었다. 지난해 장원삼 역시 올해 장원준과 비슷한 길을 걸었다. 플레이오프 3차전 선발로 나선 장원삼은 경기 초반 타자들이 4점의 리드를 만들어 줬음에도 불구하고 부진한 모습을 보이며 2이닝 만에 마운드에서 내려왔다. 그 날 장원삼의 성적은 2이닝 7피안타 1볼넷 2실점. 결국 삼성은 쉽게 이길 수 있는 경기에서 두산에 역전을 허용하며 연장 11회 승부 끝에 8-9로 패했다. 그리고 장원삼 역시 삼성이 절체절명의 위기에 빠진 순간, 선발 등판이 아닌 구원으로 팀을 구해냈다. 지난해 10월 13일 플레이오프 5차전에서 장원삼은 4-5로 뒤진 6회 마운드에 올라 6이닝동안 1피안타 1볼넷 3탈삼진 무실점의 완벽투를 펼쳤다. 두산의 투수가 왈론드-이현승-고창성-임태훈으로 바뀌는 동안 장원삼은 홀로 마운드를 지켰고 결국 연장 11회 승부 끝에 삼성이 승리해 생애 첫 플레이오프 승리를 따냈다. 여러 면에서 플레이오프에서 장원준이 보여준 모습과 일치한다. 큰 경기에서는 에이스가 해 줘야 이길 수 있다. 등판하는 위치는 중요하지 않다. 선발이든 불펜이든 전천후로 나서서 위기 때 상대 타선을 틀어막아야 한다. 장원준에겐 한 번의 실패는 있었지만 두 번 실패는 없었다. 이미 장원준은 경기 후 인터뷰에서 "5차전도 출전할 상황이 되면 마운드에 오르겠다"고 공언하며 에이스로서 책임감을 유감없이 드러낸 상황. 장원준이 결국 지난해 장원삼처럼 'KS 티켓'을 거머쥘 수 있을까. 장원준의 왼 쪽 어깨는 벌써부터 준비하고 있다. cleanupp@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