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포의 쐐기 솔로포가 터졌다. 그러나 결정적인 순간 2승을 따낸 과정에는 안정된 수비와 상대 간담을 서늘하게 한 작전 수행이 숨어있었다. 플레이오프 전적은 2승 2패로 맞춘 롯데 자이언츠의 야구는 분명 달라졌다. 롯데는 20일 인천 문학구장서 벌어진 SK 와이번스와의 플레이오프 4차전서 손아섭의 선제 결승타와 이대호의 좌월 솔로포 등을 앞세워 2-0 승리를 거뒀다. 이로써 삼성과의 한국시리즈행 티켓은 22일 최종 5차전서 그 향방이 가려지게 되었다. 플레이오프 4경기서 롯데 타선이 뽑아낸 점수는 12점에 팀 타율은 2할8푼1리. 팀 타율은 준수한 편이고 표본도 4경기에 불과하나 경기 당 3득점으로 페넌트레이스(5.36점) 때에 비하면 페이스가 떨어진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4년 연속 한국시리즈를 경험힌 동시에 아시아시리즈 단골 진출팀이던 SK를 상대로 백중세를 펼치고 있음을 감안하면 경기 당 3점 밖에 뽑아내지 못했음은 의미가 크다. 기록된 실책 없이 4경기를 치르고 있다는 것을 눈여겨 봐야 한다. 일단 3루수 황재균이 잇단 호수비를 펼치며 내야 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 김성근 감독 퇴임 후 이만수 감독대행이 오른손 타자들에게 자신있는 스윙을 권장 중이라 3루 쪽으로 꽤 강한 타구 빈도가 많아졌으나 황재균은 이에 아랑곳 없이 호수비를 보여주고 있다. 화려한 잔기술보다 일단 강습 타구를 몸으로 막고 재빨리 송구로 이어가는 모습은 높이 살 만 하다. 3차전서는 포수 강민호의 과감한 3루 견제도 눈에 띄었다. 0-1로 뒤진 4회말 1사 1,3루서 강민호는 김강민의 푸시 번트 시도 때 라이언 사도스키의 공을 받자마자 주저없이 3루로 공을 던졌다. 다소 불안한 송구였으나 황재균이 이를 잘 잡아내며 3루에 있던 박정권의 협살을 이끌었다. 양승호 감독은 그에 대해 "상대가 언제 기습 스퀴즈를 할 지 모르니 투구가 외곽으로 향하면 주저없이 3루로 송구하도록 주문했다"라고 이야기했다. 동작이 사전에 약속되었고 강민호 또한 찰나 순간 "정권이 형을 살짝 보니 몸이 홈으로 뛸 준비를 하는 듯 기울어있었다. 그래서 3루로 즉각 송구했다"라고 밝혔다. 수비로도 상대를 위협할 수 있는 재간을 갖췄음을 의미한다. 공격 면에서도 세기(細技) 함양을 알 수 있었다. 4차전 상대 선발 윤희상의 호투를 흔든 것은 5회초 선두타자 조성환의 기습적인 번트 안타였다. 선두타자였던 만큼 상대 수비 시프트가 정상일 수 밖에 없었고 조성환은 큰 경기 경험이 많지 않던 윤희상의 허점을 찔러 수비 실수를 유발하는 번트 안타를 기록했다. 비록 김주찬의 중전 안타 때 홈에서 횡사하며 빛을 잃었으나 조성환의 번트 안타는 분명 상대를 흔든 한 수였다. 조성환의 뒤를 이은 문규현 또한 적절한 희생번트로 선행주자를 2루로 진루시켰다. 타자들의 호쾌한 스윙으로 화력 발산을 권장하던 스타일이 전임 제리 로이스터 감독의 야구였다면 양 감독의 야구는 번트 구사 폭을 조금 더 넓힌 감이 크다. 타격은 기복이 있게 마련이다. 주포 이대호가 첫 3경기서 12타수 2안타로 아쉬움을 비추며 득점력이 평소보다 떨어진 플레이오프 롯데 타선. 그러나 이들은 떨어진 득점력을 보다 탄탄해진 수비력과 작전 구사로 상쇄하고 있다. 지금의 롯데 야구를 허투루 볼 수 없는 이유다. farinelli@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