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의 초구 공략법은 단기간에 바뀔까. 롯데는 제리 로이스터 감독 시절부터 공격적인 야구를 추구한 팀이다. 새롭게 지휘봉을 잡은 양승호 감독이 시즌 초반 작전을 가미한 야구를 펼치려했지만 시행착오를 겪었다. '노피어' 정신으로 중무장해 공격적이고 적극적으로 배트를 돌리는 롯데 타자들을 하루아침에 바꾸기란 쉽지 않았다. 양 감독은 "바로 그게 시즌 초반 실수한 부분이었다. 선수들이 스트레스 많이 받았다"고 고백했다. SK와의 플레이오프에서 롯데의 화두는 초구 공략이다. 페넌트레이스에서 롯데는 초구 공략시 타율이 3할7푼5리였으며 홈런도 29개나 쳤다. 모두 리그 최고·최다였다. 두려움없는 야구를 재미를 톡톡히 봤다. 그러나 SK와의 플레이오프 4경기에서 롯데의 초구 공략시 성적은 23타수 4안타로 타율이 1할7푼4리에 불과하다. 득점권에서는 8타수 무안타로 헛탕쳤다. '타격의 전설' 양준혁 SBS 해설위원은 "롯데는 너무 초구만 치고 있다. 초구를 치지 말란 이야기가 아니다. 중요한 건 SK가 롯데는 초구를 잘 치는 팀이라는 걸 알고 있다는 점이다. 찬스에서는 더 그렇다. 초구에 슬라이더·체인지업 등 변화구만 던지는데 롯데 타자들은 직구 타이밍에 치고 있다. SK 배터리에게 말려들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정규시즌이라면 몰라도 단기전은 다르다. 롯데가 대책을 세워야 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렇다면 4차전에서 롯데의 초구 성적은 어떠했을까. 이날 경기에서도 롯데는 7차례 초구 공략했다. 결과는 7타수 1안타. 5회 조성환의 기습번트 내야안타가 전부였다. 초구 공략으로 별 재미를 못 봤다. 특히 득점권에서 2타수 무안타에 그쳤고, 병살타도 하나 있었다. 하지만 보여지는 기록이 전부가 아니다. 4차전 롯데의 초구 공략 스타일은 조금 달라져 있었다. 이날 3회 2사 만루, 5회 2사 2루 득점권 찬스에서 두 차례나 초구를 공략한 전준우는 모두 직구를 노려쳤다. 잘 밀어친 타구들이 모두 우익수 안치용에게 잡히며 아쉬움을 남겼지만 직구에 대한 노림수를 갖고 들어갔다. 4회 이대호와 7회 황재균은 변화구에 당했지만 모든 타자들이 초구만 노리고 들어간건 아니었다. "야구는 결과론인 듯하다"면서도 "상황에 맞게 최대한 볼을 보겠다"고 말한 손아섭은 3차례나 5구 이상 신중한 승부를 벌였다. 스타일이라는 건 오랜 시간 축적된 것이기 때문에 쉽게 바뀌지 않는다. 1차전에서 롯데 벤치는 "초구를 치지 말라"고 주문했지만 한 선수는 초구를 치고 들어와서는 "볼이 너무 크게 보이더라"고 답했다. 그만큼 습관이란 무섭다. 양승호 감독도 오히려 "타석에서 적극적으로 하는 건 좋은 자세"라며 선수들을 감싸안았다. 하지만 페넌트레이스와 단기전은 볼 배합 자체가 달라지는 무대. 4차전에서 변화가능을 보인 롯데의 초구 공략 스타일이 5차전에서는 어떤 결과를 낳을까. 5차전 롯데가 상대해야 할 투수는 김광현 이하 SK 불펜 필승조들이다. 투구수를 늘리는 타격이 의미없다는 점에서 롯데의 초구 공략법이 더욱 궁금해진다. waw@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