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타, 대타, 대타. SK 와이번스의 18년차 내야수 최동수(40)는 올 시즌 후반 선발 출장한 적이 별로 없었습니다. 대부분 찬스 때 대타로 나가거나 결장하고는 했죠. 사실 그의 나이를 고려했을 때나 체력적인 면에서 선발 출장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그의 또래 선수들은 모두 은퇴를 했으니, 현역으로 뛰는 것만 해도 대단한 일입니다. 그러나 아직도 그는 그라운드에 나서는 것을 설레하며 방망이를 돌립니다. 20일 롯데 자이언츠와의 플레이오프 4차전을 앞두고 만난 최동수는 "아직도 그라운드에 서는 것이 떨리고 설렌다"고 했습니다. 어렸을 때부터 그토록 꿈꿔왔던 프로무대였기 때문입니다. 그는 "아직도 선발 출장에 대한 바람은 버리지 않고 있다. 사실 대타로는 타격감 유지가 힘들다. 그러나 나는 원래부터 강한 선수가 아니었다. 어느 위치에서든 내 할 일을 열심히 하면 된다"며 노장다운 겸허한 모습을 보였습니다. 이번 플레이오프를 떠나 야구 인생을 봤을 때 적지 않은 나이임에도 활약하고 있는 것에 대해 최동수는 "다른 친구들은 젊었을 때 야구를 잘해 주목받아왔다. 나이 들어 어린 선수들에게 밀리고 약해지는 것을 참지 못할 것이다. 하지만 나는 방출 명단에도 들어있어 봤고 원래부터 그리 잘 하는 선수가 아니었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뒤에 있어도 견뎌낼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가 이렇게 성숙하게 된 까닭은 무엇일까요. 그 동안 방출 통보, 트레이드 등 모진 세월을 겪으며 그는 '내 잘못이다'라는 생각을 되뇌이게 됐다고 합니다. 그는 "무슨 일이든 '내 잘못이다'라고 생각하면 편하다. 내가 못하는 현재 상태를 인정하고 더 강해지려고 노력하면 된다"고 말하며 긴 세월 동안 인내하는 법을 배웠음을 보였습니다. 최동수는 이번 플레이오프 1,2차전에서 대타 출장해 2타수 무안타를 기록했지만 3차전에서 6번타자로 선발 출장, 4회 결승 적시타를 때려내며 감독의 믿음에 보답했습니다. 지난 8일 KIA와의 준플레이오프 1차전에서는 대타 홈런을 쏘아올리기도 했고요. 그곳이 어디든 자신의 위치를 인정하고 최선을 다하는 최동수. 노장의 열정은 누구보다도 아름답습니다. / 가을노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