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센 히어로즈의 포수 허도환(27)은 올 시즌 1월 신고 선수에서 1군 선수로의 성공적인 시즌을 마쳤다. 그런 그가 다음 해 주전 포수라는 더 큰 목표를 향해 다시 한 발짝 앞으로 나섰다.
허도환은 21일 목동구장에서 진행된 팀의 첫 마무리 훈련을 소화했다. 허도환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3시까지 팀 훈련을 소화한 뒤 혼자 그라운드에서 스트레칭을 하며 몸을 풀었다.
훈련이 끝났는데 왜 남아있는지 묻자 허도환은 특유의 미소로 "집에 돌아가도 할 게 없다. 운동장에서 훈련하고 야구할 때가 가장 마음이 편하다"고 답했다. 지난 6일 시즌 종료 후 쉬려고 마음 먹었지만 결국 걱정을 이기지 못하고 동갑내기 지석훈, 박정준과 함께 매일 훈련을 했다는 허도환이었다.

그의 부지런함을 보니 올 시즌 그가 어떻게 성공했는지 알 것 같았다. 그러나 허도환은 "올해는 정말 운이 좋았다"고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는 지난 1월 신고선수로 입단했다. 지난해 말부터 목동구장에서 한 달이 넘도록 훈련을 했는데도 여타 말이 없던 팀은 1월 팀 단체사진을 찍을 때가 돼서야 허도환을 받아줬다.
2007년 두산에서 방출된 뒤 다시 팀을 찾았다는 기쁨도 잠시. 허도환은 바로 넥센의 '유배지' 강진 2군 훈련장으로 보내졌다. 허도환은 그곳에서도 여기가 끝이라는 생각으로 훈련에 임했고 경기에 출장하기 시작했다. 그 결과 당시 2군 감독이었던 김성갑 1군 수비코치의 추천으로 6월 1군 입성의 기회를 잡았다.
허도환은 "김성갑 코치님이 잘 봐주셨으니까 경기에 나갈 수 있었던 것"이라며 김 코치에게 공을 돌렸다. 그는 "이번에는 준비를 정말 열심히 해서 내년에 꼭 주전 포수가 되겠다"는 목표를 밝혔다.

구체적인 내년 목표도 있다. 허도환은 "내년에는 도루를 한 50개쯤 잡아서 리그 최고가 되고 싶다"고 당차게 이야기했다. 허도환은 "올 시즌 (양)의지가 도루를 그 정도 저지한 것 같다"며 "나도 내년에는 그만큼 잡아 좋은 포수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올 시즌 양의지는 119경기에 출장해 126번의 도루 시도 중 52번의 도루 저지로 도루저지율 4할1푼3리를 기록했다. 주전 포수 중 도루 저지 개수는 1위, 도루 저지율은 SK 정상호(.438) 다음으로 2위를 차지했다. 허도환은 79경기에 출장해 95번의 도루 시도 중 25개의 도루를 저지, 도루 저지율 2할6푼3리를 기록했다.
허도환은 또한 타격 면에서도 "올 시즌 멋모르고 되는 대로 친 것 같다"며 "시즌 후반 타이밍이 안 맞으면서 원래 밀어치는 타자가 아닌데 밀어치게 됐다. 내가 나가면 야수들이 극단적으로 우익선상 쪽으로 움직이더라. 올 시즌엔 파워를 늘려서 당겨치는 타자가 되고 싶다"고 각오를 다졌다.
아직은 많이 부족하다는 허도환. 그래도 그에게는 그만의 강점이 있다. 누구든 편안하게 만드는 그의 푸근한 미소는 그와 호흡을 맞추는 투수들이 마운드 위에서 편하게 던질 수 있게 한다. 그러나 자신의 백만 불짜리 미소에 대해 스스로는 너무나도 부끄러워했다. 허도환은 "아직 나는 웃는지 마는지 아무도 신경 안쓰는 선수"라며 "실력으로 인정받아야 한다"고 진지하게 말했다.
2007년 한 경기 출장 후 방출. 그 아픔을 딛고 올 시즌 다시 일어선 허도환이 그의 미소만큼이나 빛나는 2012년을 보낼 수 있을 것인가. 그가 올 시즌 만큼의 성장을 보여준다면 내년에도 넥센에는 항상 웃음짓는 포수가 그 자리를 지키고 있을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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