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녀 종목' 여자핸드볼이 8회 연속 올림픽에 진출하는 쾌거를 이뤘다. 대표팀이 좋은 성적을 낸데에는 표면적으로 드러난 코칭스태프와 선수들의 활약에 더해 뒤에서 자신의 역할을 묵묵히 수행한 사람들의 뒷받침이 있기에 가능했다.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 금메달을 비롯해 올림픽에서만 3개의 메달을 가지고 있는 홍정호(37) 광주도시공사 플레잉코치는 중국 창저우에서 열린 2012 런던올림픽 아시아지역 예선서 전력 분석관으로 변신해 대표팀과 함께 했다.
고3 시절 바르셀로나 올림픽에 나가 금메달을 목에 건 홍정호는 이후 일본 이즈미, 노르웨이 바에크클라게츠, 덴마크 슬라겔세, 일본 오므론서 선수 생활을 한 후 2010년부터 광주도시공사서 플레잉코치로 활약하고 있다.

화려한 선수 생활을 보낸 홍정호는 지난 3월 한국체육대학교 측정평가연구실서 석사과정을 밟고 있다. 대한핸드볼협회는 일본에서 8년을 포함해 해외서 오랫동안 선수 생활을 한 홍정호에게 대표팀 전력분석관을 맡아줄 것을 부탁했고 전국체전 후 핸드볼코리아리그까지 시간 여유가 있는 홍정호는 소속팀의 배려로 대표팀에 합류하게 됐다. 홍정호 역시 대표팀에 도움이 되는 일이기 때문에 흔쾌히 승락했다.
이번 대회 가장 강력한 상대는 황경영 감독이 이끄는 일본이었다. 오므론 시절 황 감독과 2003년부터 2010년까지 함께 뛰었던 홍정호는 상대를 누구보다 잘 알았다.
지난 21일 일본과 경기 전 만난 홍정호는 "일본 경기를 많이 보며 분석했다. 오므론에 있을 때 플레이와 현재 일본 대표팀의 플레이가 겹치는 부문이 있다. 현재 일본 대표팀서 뛰고 있는 선수 중 6명이 오므론서 뛰고 있다. 개개인의 장단점 파악에도 도움이 됐다"고 설명했다.
한국은 일본과 전반전서 10-11로 뒤졌다. 하프 타임이 시작되자 2층에서 전력 분석 프로그램인 스포츠 코드로 경기를 분석하던 홍정호는 1층 한국 라커룸으로 전력질주했다. 전반전에 대한 자료는 대표팀 코칭스태프에게 건네져 후반전 구상을 위한 토대가 됐다.
홍정호는 한국체육대학교 측정평가 연구실서 운영하고 있는 스포츠 경기기록분석 전문가 양성 프로그램인 SA(Sports Analyst)과정을 공부하며 전력분석가로서 갖춰야 할 지식을 쌓아가고 있다.
공부에 푹 빠진 홍정호의 꿈은 좋은 지도자가 되는 것이다. 선수 시절 경험한 것과 현재 배우고 있는 것들을 접목해 선수들에게 더욱 발전된 것들을 전해주고 싶은 게 홍정호의 바람이다.
홍정호는 전력분석관으로 뿐만 아니라 대표팀서 함께 뛰었던 동료로서 후배들과 마음 편히 이야기하며 격려하며 맏언니의 역할도 수행했다. 홍정호는 이번 대회에서 선수 시절 만큼이나 아름다운 어시스트를 대표팀을 위해 선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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