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사직구장에서 열리는 2011 롯데카드 프로야구 플레이오프 5차전 롯데와 SK의 피할 수 없는 승부. 결국 기복 때문에 믿음이 덜가는 방망이 대신 상대적으로 계산이 가능한 마운드 싸움에 의해 한국시리즈 진출팀이 결정될 것으로 보고 있다.
양팀의 대결은 22일 사직구장에서 끝이 났어야 했다. 그러나 경기개시 시각을 넘어 쉴 사이 없이 내린 비 때문에 23일로 하루가 밀렸다. 롯데는 송승준, SK는 김광현을 그대로 예고, 여전히 변화보다는 정면 돌파를 택했다.
뜻하지 않은 하루의 휴식은 양팀에게 모두 플러스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보고 있다. 특히 연일 혈투를 벌였던 투수들에게는 더욱 달콤한 우천연기였다.

하지만 이런 장점이 오히려 단점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점에서 주의를 요한다.
▲롯데, 송승준과 장원준에 대한 믿음
롯데 선발 송승준은 지난 17일 플레이오프 2차전에서 6이닝 5피안타 3볼넷 6탈삼진 1실점으로 퀄리티스타트를 기록했다. 지난해까지 3년 동안 통산 4번의 포스트시즌 경기에서 승리없이 3패(평균자책점 15.88)만 기록한 것과는 급이 달랐다.
22일 등판은 송승준에게 나흘 휴식 후 예정이었다. 그러나 23일로 미뤄지면서 닷새 휴식을 취한 셈이 됐다. 송승준은 올 시즌 나흘 휴식을 취했을 때 6승4패 평균자책점 4.23이었고 닷새 이상 휴식 때는 7승5패 평균자책점 4.06이었다. 좀더 많은 휴식을 취했을 때 성적이 좋았다.
송승준 스스로도 지난번 등판에서 포스트시즌 첫 승리, 상당한 자신감을 얻었다. "이제 12연패를 탈출한 만큼 앞으로 12연승을 이어가겠다"며 "홈런을 맞더라고 결과를 보자는 마음으로 자신있게 던졌다"고 강한 투지를 불태웠다.
이는 코칭스태프도 마찬가지. 송승준에 대한 믿음이 커진 만큼 위기상황에서 함부로 송승준을 내릴 수 없는 입장이 될 수 있다.
반대로 지난 20일 4차전에서 각각 44개와 52개를 던진 부첵과 장원준에 대한 믿음이 작용할 수도 있다. 이틀을 완전히 쉬었기에 사이드암 임경완과 함께 조기에 투입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양승호 롯데 감독은 이미 4차전에서 한박자 빠른 투수교체를 선보여 팀을 승리로 이끄는 초보 사령탑답지 않은 수완을 발휘하기도 했다.
이는 다른 중간 불펜진이 양 감독의 깊은 신뢰를 받지 못했다는 뜻이기도 하다. 과연 양 감독은 선택옵션이 늘어난 마운드 운용을 어떻게 할지 기대를 모은다.
▲SK, 불펜진에 대한 믿음
이만수 SK 감독대행은 선발 김광현에 대해 "1차전처럼 던지면 바로 교체도 가능하다"고 선언했다. 김광현은 지난 16일 1차전에 선발 등판, 3⅔이닝 동안 8피안타(1홈런) 3볼넷 4탈삼진으로 4실점했다. 팀은 승리했으나 김광현은 선취점을 내준 데 이어 동점을 만들었지만 다시 실점, 에이스 위용을 드러내지 못했다.
이 대행은 불펜에 대한 믿음이 더 큰 상태다. 이 대행 역시 우천연기 후 "불펜을 아낀 것은 오히려 잘됐다. 될 수 있으면 쉬는 것이 선수들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면서 선발 김광현에 대해서도 "난 신이 아니기 때문에 잘 모른다. 하지만 6회 이상은 던져주길 바라고 있다"고 기대를 나타냈다.
김광현은 컨트롤이 좋은 투수는 아니라는 평가가 많다. 따라서 김광현이 시작부터 흔들리거나 롯데 타선이 인내심을 발휘한다면 이 대행으로서는 빨리 불펜 카드를 빼들 수 밖에 없다. 물론 김광현이 에이스 본능을 발휘한다면야 그만큼 좋은 것도 없다. 반대로 급작스럽게 무너질 경우 대책 마련이 쉽지 않을 수도 있다.
이 대행의 불펜에 대한 믿음은 상당하다. 박희수, 정대현, 정우람 등 확실한 승리조 투수를 갖추고 있다. 여기에 이영욱, 엄정욱이 가세하면 더 큰 힘을 발휘할 수 있다. 짧게 짧게 끊어가는 것이 낫다고 판단할 수도 있다.
결국 이 모든 것은 결과론에 따른 것. 투수 교체 타이밍을 언제로 잡고 갈지가 관건이다. 이는 우천연기에 따른 하루 휴식이라는 달콤함 때문에 코칭스태프들의 머리 속은 오히려 더 복잡해질 수도 있다. 과연 실전은 어떤 모습을 보일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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