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 '가을잔치 우천 연기' 사례로 본 롯데와 SK
OSEN 박선양 기자
발행 2011.10.23 08: 59

갑작스런 가을비. 과연 가을잔치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지난 22일 사직구장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롯데와 SK의 플레이오프 5차전이 우천 연기됐다. 전날 밤부터 내린 비가 오후 2시 경기 시작 전까지 그치지 않았다. 포스트시즌 사상 12번째 우천 연기. 롯데와 SK 모두 구단 사상 두 번째 포스트시즌 우천 연기 결정이다. 두 팀 모두 우천 연기 관련해 좋은 기억이 있는 팀들이다. 그러나 23일 사직구장에서 두 팀 중 한 팀은 울어야 한다.
▲ 롯데, 1984년 최동원 기적의 사연

'무쇠팔 최동원' 시리즈로 기억되는 1984년 롯데와 삼성의 한국시리즈에는 숨은 사연이 하나있다. 바로 한국시리즈 7차전이 우천 연기됐다는 사실이다. 원래 예정대로라면 1984년 10월8일 잠실구장에서 7차전이 치러져야 했다. 그러나 우천으로 7차전이 이튿날로 미뤄졌다. 우천 연기에 관계없이 최동원은 처음부터 7차전 롯데 선발로 마운드에 오를 예정이었다. 하지만 비 덕분에 하루라도 더 힘을 비축할 수 있었다.
그도 그럴게 최동원은 1차전과 3차전 모두 9이닝 완투승을 거뒀다. 5차전에서는 8이닝 완투패. 팀이 2승3패 벼랑 끝으로 몰리자 최동원은 이튿날 6차전에서 5회부터 구원등판해 5이닝 무실점으로 막고 시리즈를 3승3패 원점으로 돌렸다. 당시 한국시리즈는 5~7차전이 다닥다닥 붙어있는 일정. 제 아무리 최동원이라도 7차전은 쉽지 않아 보였다.
그런데 7차전이 우천으로 하루 미뤄졌고, 그 덕에 최동원은 하루라도 더 쉴 수 있었다. 7차전에도 선발 등판한 최동원은 9이닝을 완투하며 롯데를 사상 첫 한국시리즈 우승으로 이끌었다. 만약 그때 비가 오지 않았다면 프로야구 역사는 어떻게 바뀌었을까. 전설의 최동원 시리즈가 롯데에는 유일한 포스트시즌 우천 연기로 남아있다.
▲ SK, 2009년 두산 울린 하늘이시여
 
SK에게도 포스트시즌 우천 연기와 관련해 좋은 기억이 있다. 지난 2009년 두산과 플레이오프가 바로 그 무대였다. 2연패 후 2연승으로 시리즈를 원점으로 돌린 SK는 2009년 10월13일 문학구장에서 최종 5차전을 치렀다. 당시 선발은 SK가 카도쿠라 켄, 두산이 금민철이었다. 특히 금민철은 그해 포스트시즌 2경기 모두 선발로 나와 2승 평균자책점 0.82로 위력을 떨치고 있었다.
설상가상으로 2회초 카도쿠라가 두산 선두타자로 나온 김현수에게 우측 담장을 넘어가는 솔로 홈런을 맞았다. 4차전까지 14타수 2안타 타율 1할4푼3리로 타격 부진을 보이던 김현수에게는 부활의 신호탄이었다. SK로서는 선취점을 내준데다 절정의 투구를 자랑하는 금민철을 무너뜨려야하는 부담이 있었다. 쉽지 않은 상황. 그런데 그때 하늘이 도왔다. 김현수의 홈런 이후 등장한 김동주 타석에서 천둥과 번개를 동반한 폭우가 쏟아진 것이다.
방수포로 그라운드를 덮고 경기를 재개할 준비를 했지만 빗줄기는 점점 굵어졌다. 오후 6시26분께 중단된 경기는 결국 7시45분 노게임이 결정됐다. 두산은 선발 에이스와 중심타자의 홈런을 한순간에 빼앗겼다. 결국 이튿날 열린 5차전에서 SK는 박재홍의 1회 선두타자 홈런을 시작으로 홈런포 5방으로 두산 마운드를 폭격하며 14-3 대승을 거뒀다. 2연패 이후 3연승으로 리버스 스윕에 성공하며 3년 연속 한국시리즈에 올랐다. 그때 그 비가 아니었다면 SK의 한국시리즈 진출은 이뤄질 수 있었을까. 이만수 감독대행은 "언제나 우리팀에게 행운이 따른다"고 자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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