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에서 예뻐 보일 필요 있나요? 한 번도 그런 생각은 해 본 적 없어요."
배우 송혜교가 27일 개봉하는 '오늘'로 4년여만에 국내 스크린에 복귀했다. 송혜교 연기인생의 가장 돋보이는 변신이란 평을 받는 '오늘'은 '미술관 옆 동물원', '집으로...' 등에서 세심한 연출력을 뽐낸 이정향 감독이 9년만에 메가폰을 잡은 작품이다.
극중 약혼자를 죽인 17세 소년을 용서한 다큐멘터리 PD 다혜로 분한 송혜교는 1년 후 자신의 용서가 뜻하지 않은 결과를 불러오면서 겪게 되는 혼란과 슬픔, 그리고 그것을 승화한 감동을 절제있는 연기로 심도있게 그려냈다. '송혜교에게 저런 얼굴이 있었구나'란 생각도 들게 해 놀라움도 안긴다.

최근 송혜교는 그랬다. '절대 미모'를 자랑하면서도 그 외모보다는 '송혜교의 이면'을 보여주는 것을 즐기는 듯 했다. '황진이' 이후 미국 독립영화 '페티쉬'를 찍었고, 옴니버스 단편영화 '러브 포 세일'에 참여했다. 또 왕가위 감독의 '일대종사'를 3년 가까이 촬영 중이다.
의도적으로 '샤방샤방'함을 피하는 것인지 궁금했다. 이에 송혜교는 "이런 그림을 일부러 그리고 있느냐는 질문을 종종 받는데, 절대 그런건 아니다"라며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하다 보니까 자연스럽게 이렇게 됐다"라고 말했다. 항상 자신의 또 다른 면을 발견해주는 감독을 만니길 원하는 송혜교다.
"내가 계획 하에 움직이는 스타일이 아니에요. 예전부터 항상 작품에서 예뻐 보이기 보다는 그 순간에는 연기가 제일 먼저였어요. 예뻐보일 수 있는 곳은 화보도 있고 광고도 있고 다른 곳에 많잖아요. 작품에서까지 예뻐보일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요."
여배우로서의 소신이 묻어난다. '그래도 대한민국 대표 미녀배우 중 한 명으로 꼽히는데 솔직히 좋지 않나'라고 말했더니 환한 웃음을 지으며 "물론 좋죠"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과거 회상도 이어졌다.
"그런데 이젠 정말로 예쁘고 어린 후배들이 많아지지 않았나요. 요즘 주말에 주로 집에서 TV를 보는데 정말 예쁜 후배들이 많더라고요. 그러면 '아 나도 저런 때가 있었는데'라는 생각이 들어요. 저 친구들 나이 때인 22~23살에 난 '가을동화'를 찍고 있었구나, '올인'을 찍고 있었구나'이런 생각을 해요."
"하지만 주위에서 그 말을 들으면 놀란다. 그 때 26살이나 27살이 아니었냐고. 지금 생각해보면 굉장히 어렸을 때인데 캐릭터 때문에 성숙하게 봐 신것 같다"라고 덧붙였다.
이번 영화로 호평 세례를 듣고 있는 송혜교다. 스스로 연기에 대한 만족감이 클 것 같다고 말하자 "그렇지는 않다"라며 손사레를 쳤다.
"스스로 단 한 번도 연기를 잘 했다고 생각한 적은 없어요. 오랜만에 듣는 칭찬에 기분이 좋고 얼얼하기는 한데, 내 눈에는 이상한 것들만 보여요. 지금보면 예전 드라마들도 부끄러운 점이 많아요. 몇 개월 지나보면 내 안에서 변화가 있어서 그런지 모르지만 시간이 지나 드라마를 보면 ' 저 때는 저렇게 표현했으면 좋았을 것을' 이런 아쉬움이 많이 남아요. 그래도 이번 작품에 대해서는 정말 대만족입니다. 간혹 송혜교의 멜로 영화로 오해하시는 분들이 있는데, 멜로 영화가 아니란 것을 알아주셨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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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이대선 기자 sunda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