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와 SK의 플레이오프 최종 5차전이 열리는 23일 사직구장. 경기 전 롯데 외야수 손아섭(23)이 1루측 덕아웃 앞에서 취재진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그때 반대편 3루측 덕아웃에서 막 도착한 SK 선수들이 하나 둘씩 외야로 스트레칭을 하러 갔다. 그런데 그 무리에서 갑자기 공이 하나 날아들었다. 큰 포물선을 그리며 바운드된 뒤 데굴데굴 구른 공은 손아섭의 발밑까지 왔다.
손아섭은 곧바로 고개를 들고 공을 던진 범인을 확인했다. SK 외야수 안치용(32)이었다. 손아섭이 바라보자 안치용은 의기양양한 포즈로 엄지손가락을 위에서 아래로 힘차게 내렸다. '5차전에서 눌러주겠다'는 의미의 선전포고.
이에 손아섭은 가볍게 코웃음쳤다. 그는 "사실 2차전 경기가 끝난 뒤 치용이형과 같이 밥을 먹었다. 2차전에 진 것에 대해 그냥 한 경기 봐줬다고 하더라. 그러면서 3~4차전 인천에서 끝낼 것이라고 말했다"며 "그런데 4차전에서 우리팀이 이기자 밥먹자는 이야기를 하지 않더라"는 사연을 공개했다.

안치용와 손아섭은 나이차가 9살이나 날 뿐만 아니라 같은 학교를 다닌 적도 없다. 그런에 어떻게 친해지게 됐을까. 손아섭은 "치용이형이 LG에 있을 때부터 친하게 지냈다. 제 지인이랑 치용이형이 잘 아는 사이라서 친해졌다. 다른 팀에서 뛰는 선수 중 유일하게 친한 형"이라며 안치용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손아섭과 안치용 모두 5차전의 키플레이어로 지목된다. 손아섭은 플레이오프 3경기에서 15타수 6안타 타율 4할로 홍성흔과 함께 양 팀 통틀어 가장 타율이 높은 타자다. 안치용도 플레이오프 4경기에서 11타수 3안타 타율 2할7푼3리 1홈런 2타점을 기록 중이다. 두 선수의 활약에 최종 5차전 양 팀의 운명이 갈릴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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