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의 수비 반전, 마지막 불씨마저 짓밟다
OSEN 이대호 기자
발행 2011.10.24 06: 44

완벽을 자랑하던 롯데 내야진이 허물어진 순간, 12년 만의 한국시리즈 진출의 꿈도 함께 깨졌다.
롯데는 23일 사직구장에서 벌어졌던 SK와 플레이오프 5차전에서 '미스터 옥토버' 박정권에게 투런 홈런 두 방을 얻어맞으며 4-8로 패하고 말았다. 결국 12년 만의 한국시리즈 티켓을 노리던 롯데는 4년 연속 포스트시즌 시리즈 패배라는 쓴맛을 봐야 했다.
롯데의 패배가 더욱 뼈아픈 이유는 이번 시리즈에서 완벽을 자랑했던 수비가 일순간 흔들리며 추가 실점을 허용해 추격 의지를 잃었기 때문이다. 믿었던 수비에 발등이 찍힌, 결코 달갑지 않은 수비의 반전이었다.

6회 3점을 따라 붙으며 4-6까지 점수 차를 좁힌 롯데에게 7회 수비는 중요했다. 그리고 롯데 내야진은 몸을 날리는 수비로 투혼을 그대로 드러냈다. 1사 후 정근우의 타구는 2루 베이스 왼 쪽을 지나가는 안타가 될 것 같았지만 유격수 문규현의 물 흐르는 듯한 슬라이딩 캐치가 나오며 까다로운 타자를 잡아냈다. 이어 박재상은 1,2루간 안타성 타구를 날렸지만 이대호의 날렵한 수비와 강영식의 쏜살같은 베이스 커버에 베이스로 발걸음을 돌려야 했다. 추격점을 낸 바로 다음 이닝에서 보여준 완벽한 수비였다.
하지만 바로 다음 이닝인 8회, 롯데는 결정적인 순간 이번 시리즈 첫 실책을 범했다. 선두 최정이 볼넷으로 살아나간 뒤 박정권은 3루수 쪽 느린 땅볼을 쳤다. 시리즈 내내 안정적이고 완벽한 수비를 뽐낸 황재균이 재빨리 앞으로 달려 나왔지만, 공은 글러브를 맞고 굴절되고 말았다. 시리즈 첫 번째 에러이자 무사 1,2루의 실점 위기. 흔들린 김사율은 번트 자세를 취한 안치용을 상대로 폭투까지 범해 무사 2,3루를 만들어주고 말았다. 포수 강민호의 블로킹이 아쉬운 순간이었다.
롯데는 여기서 끊지 못했다. 안치용의 타구는 우익수 손아섭 쪽으로 짧게 날아갔고 평소 손아섭의 수비 반경이라면 충분히 잡을 만했다. 그렇지만 손아섭은 판단 미스인지 너무 쉽게 안타를 만들어줘 추가 실점을 하고 말았다. 결국 김강민의 쐐기 2루타까지 이어지며 점수는 순식간에 4-8로 벌어졌다. 완벽한 수비를 자랑했던 롯데는 단 한 번의 실책이 나오자 마치 들불이 번지듯 조급증에 연이어 수비가 흔들렸다. 결국 주지 않아도 될 점수를 줘 패배와 가까워졌다.
롯데 타선은 정우람에게 3이닝동안 노히트로 꽁꽁 묶였지만 만약 8회 실점을 하지 않았다면 분위기 상 어떤 결과가 나왔을 지 알 수 없다. 야구는 흐름의 게임이기에 누구도 결과를 짐작하기 힘들다. 12년 만의 한국시리즈 진출을 노렸던 롯데는 결국 수비 불안에 울고 말았다. 그렇지만 이번 플레이오프 5경기를 통해 롯데가 보여준 수비는 충분히 박수 받을 만하다. 내년 롯데가 더욱 기대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cleanupp@osen.co.kr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