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중일 간담 서늘케하는 'SK 희 듀오'
OSEN 박현철 기자
발행 2011.10.24 06: 46

"투수 중에는 박희수, 윤희상을 공략해야 할 것 같다".
시즌 전 이들의 이름이 이렇게 거론될 것이라고 예상한 이가 얼마나 있었을까. 오랜 시간 2군에서 설움을 겪다 비로소 빛을 보고 있는 박희수(28)-윤희상(26. 이상 SK 와이번스) 대기만성 '희 듀오'가 한국시리즈 전장에서 일찌감치 기다리고 있는 류중일 삼성 라이온스 감독의 경계심을 높이고 있다.
SK는 23일 부산 사직구장서 벌어진 롯데 자이언츠와의 플레이오프 5차전을 8-4로 승리하며 전적 3승 2패로 5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에 성공했다. 30년 프로야구 역사 상 5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은 처음있는 일로 SK가 2000년대 후반부터 명실공히 강호로 자리매김 중이라는 점을 증명한다.

한국시리즈 상대가 결정되자 류 감독은 "SK가 올라오길 학수고대했다. 지난해 한국시리즈 4연패를 설욕하겠다"라며 의욕을 불태웠다. 그와 함께 류 감독은 SK 투수진에 대해 "선발보다는 중간 계투진 공략이 중요할 것 같다"라며 두 명의 이름을 언급했다.
바로 박희수와 윤희상. 박희수는 올 시즌 좌완 계투로 힘을 보태며 팀의 한국시리즈 진출에 기여했고 윤희상은 선발로서 KIA와의 준플레이오프와 플레이오프 각각 한 경기씩 등판해 모두 호투했다. 박희수는 비록 3경기 3⅔이닝 4실점하기는 했으나 경기 당 투구 내용은 좋았다. 윤희상은 21일 롯데와의 플레이오프 4차전서 오른손 중지 가벼운 찰과상으로 교체되기는 했으나 5이닝 6피안타 1실점으로 호투했다.
이들을 경계하는 이유는 상대적으로 표본이 적은 대신에 최근 투구 내용이 좋았기 때문. 2006년 입단 후 지난해까지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던 박희수는 페넌트레이스서 4승 2패 1세이브 8홀드 평균자책점 1.88로 활약했고 포스트시즌서도 중요한 순간 직구-투심 조합으로 상대 공격 맥을 끊는 역할을 했다. 박한이-최형우-채태인 등 좌타자들이 타선의 중추를 맡는 삼성 타선임을 감안하면 분명 경계 대상이다.
페넌트레이스서 20경기 3승 1패 평균자책점 4.82를 기록한 윤희상도 최근 페이스가 좋아 삼성의 요주의 대상. SK 구단 관계자는 "현재 투수진에서 가장 컨디션이 좋은 투수가 윤희상"이라고 밝혔다. 팔꿈치 부상에서 회복한 게리 글로버가 1차전 선발로 나설 가능성이 높지만 윤희상이 깜짝 카드로 나올 경우도 대비해야 한다. 195cm 장신의 높은 타점에서 나오는 직구 구위와 스플리터 조합이 뛰어나다.
더욱 삼성이 신중한 이유는 바로 이들과 맞붙은 표본이 적다는 것. 박희수는 올 시즌 삼성전 4경기서 평균자책점 1.23(7⅓이닝)으로 좋은 모습을 보인 반면 윤희상은 2경기 1이닝 평균자책점 9.00에 그쳤다. 그러나 자주 접하지 못한 투수들인 만큼 실전 감각이 페넌트레이스 때만 못한 삼성 타선이 주의깊게 살펴볼 만 하다.
초보 감독으로서 페넌트레이스 1위의 기염을 토한 류 감독은 막판 우승 안정권에 들어서도 신중한 모습을 보였다. 그리고 그 안전운행 속에 페넌트레이스 권좌에 앉았다. 류 감독의 이야기는 단순한 신중함의 표현일까 아니면 진짜 제대로 된 경계 대상을 점찍은 것일까. 한국시리즈서 '희 듀오'를 상대하게 될 삼성 타선이 어떤 모습을 보여줄 지 더욱 궁금해진다.
farinelli@osen.co.kr 
박희수-윤희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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