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 절반은 날 응원할 것이다."
과연 삼성 라이온즈의 홈인 대구구장의 야구팬들은 이만수(53) SK 감독대행을 응원할 것인가.
이 대행이 이끈 SK는 23일 사직구장에서 열린 플레이오프 5차전에서 페넌트레이스 2위 롯데를 8-4로 꺾었다. KIA와의 준플레이오프를 3승1패로 통과한 SK는 플레이오프에서는 유감없이 저력을 발휘, 3승2패로 삼성이 기다리고 있는 한국시리즈 무대까지 올랐다.

이로써 SK는 역대 프로야구 사상 처음으로 5년 연속 한국시리즈에 진출하는 쾌거를 이뤘다. 또 사령탑 이만수는 역대 처음으로 '감독대행' 자격으로 팀을 한국시리즈까지 올려놓았다.
이 대행은 경기 후 공식인터뷰에서 "최태원 회장이 선수들에게 '이만수 감독대행을 고향으로 보내주자'고 말했는데, 이루어졌다"며 "대구에 많은 팬들이 삼성을 응원할 것이다. 하지만 아마 그 중 절반은 나를 응원할 것"이라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과연 대구팬들은 이만수 감독대행에게 열광스런 박수를 보낼까.
이 대행은 삼성의 레전드 출신이다. 1982년 프로원년부터 1997년까지 16시즌 동안 삼성 유니폼만 입었다가 은퇴했다. 이 때문인지 2007시즌을 앞두고 이 대행이 SK 수석코치로 영입됐을 때 가장 큰 아쉬움을 보인 구단 팬이 바로 대구팬들이었다. 현역시절 성적을 떠나 팬들에게 있어 '이만수'는 그리움이자 한이 서린 이름인 셈이다.
2007년 5월 22일 당시 수석코치였던 이 대행은 대구구장을 찾았고 실제로 절반 이상의 관중들이 이만수를 연호했다. 작년 대구에서 열린 올스타전에서는 아예 '삼성 레전드 올스타' 자격으로 삼성 유니폼을 입어 대구 관중들의 뜨거운 호응을 이끌어냈다.
하지만 이번에는 한국시리즈다. 적으로 만났다. 더구나 삼성팬들에게 있어 전년도 챔프 SK는 설욕의 대상이다. 삼성은 작년 한국시리즈에서 4연패, 단 1승도 건지지 못한 채 고개를 숙여야 했다. 2인자로 남아야 했다.
류중일 삼성 감독 역시 "SK가 올라오기를 학수고대하고 있었다"고 강조했다. 작년 4연패로 준우승에 머문 수모를 갚고 싶다는 뜻이었다. 삼성팬들과 같은 입장. 이런 분위기에서 과연 대구의 삼성팬들 절반이 이 대행을 반겨줄지는 의문이다.
이번 포스트시즌을 통해 그 어느 때 보다 강한 자신감을 드러내고 있는 이 대행이다. 곧 한국시리즈에 대한 자신감을 이어가기 위한 발언일 수 있다. 과연 대구팬들이 이제는 적군의 사령탑이 된 '이만수'를 환영해줄지 한국시리즈 1차전이 열리는 오는 25일 대구구장 풍경이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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