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연일 불펜 피칭을 소화하며 팀 내에서는 나아졌다는 이야기가 지배적이었고 한국시리즈 엔트리 합류 가능성도 높은 편이었다. 그러나 마지막 기회는 그를 외면했다. SK 와이번스 외국인 우완 게리 글로버(35)가 결국 그렇게 한국 무대 3년차 시즌을 끝냈다.
SK는 삼성과의 한국시리즈를 앞두고 제출한 26인 엔트리에 글로버를 포함시키지 않았다. 올 시즌 24경기 7승 6패 평균자책점 4.24를 기록한 글로버는 전반기 7승 2패 평균자책점 2.88로 쾌투를 펼쳤으나 후반기에는 팔꿈치 통증이 겹치며 6경기 4패 평균자책점 10.71로 부진했다.
KIA와의 준플레이오프와 롯데와의 플레이오프 엔트리 합류 대신 재활군에서 페이스를 끌어올리는 데 집중했던 글로버는 정상적인 불펜피칭 등을 무리없이 소화하며 한국시리즈 엔트리 승선 가능성을 높이는 듯 했다. 그러나 결국 글로버는 전병두, 이승호(37번)와 함께 한국시리즈 무대를 밟지 못하는 비운의 투수가 되고 말았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는 것이 아니다. SK의 글로버 재계약 가능성도 현저히 떨어지기 때문. 지난해 글로버는 족저근막염, 팔꿈치 통증 등 여러 군데 부상을 당하며 6승 8패 평균자책점 5.66에 그쳤으나 어쨌든 삼성과의 한국시리즈에서는 1경기에 등판해 4이닝 1피안타 무실점으로 호투했던 바 있다.
반면 올해는 팀의 가을야구에 전혀 공헌하지 못했다. 포스트시즌에 진출한 팀에서 외국인 선수가 가을야구 출장 공헌도 0으로 재계약에 성공한 예는 거의 없다. 우리나이 서른 여섯의 베테랑 투수인 만큼 SK가 다시 글로버를 선택할 가능성은 점점 떨어진다.
그러나 변수는 있다. 글로버는 몸 상태가 괜찮을 경우 충분히 한국 무대에서 승산 있는 투수. 2009시즌 마이크 존슨의 대체 외국인 투수로 도중 합류한 글로버는 그 해 9승 3패 1세이브 평균자책점 1.96의 '특급' 성적을 올렸다. 196cm의 큰 키에서 비롯된 높은 타점에 힘이 실린 묵직한 구위와 포크볼이 위력을 발휘했다. 그 해 글로버가 없었더라면 부상 병동 SK의 한국시리즈 진출 선전도 장담할 수 없었다.
섣불리 자유계약 방출했다가는 충분히 부메랑을 맞을 수 있는 SK다. 몸 상태에 의문부호가 가득할 뿐 건강하다는 전제 하에 실력 면에서 의심의 여지가 없는 글로버인 만큼 쉽게 버릴 수 없다. 선수와의 합의를 거쳐 임의탈퇴 형식을 취하면 되지만 이는 자칫 '충분히 경쟁력이 있는 선수의 유턴을 막는다'라는 부정적인 이미지를 심을 수 있다.
'SK가 글로버를 버린다'라는 것이 물밑에서 기정사실화 될 경우 타 팀에서 임의탈퇴 공시 철회를 요청할 가능성도 염두에 둬야 한다. 지난해 말 넥센은 그 형식으로 삼성 임의탈퇴 선수였던 브랜든 나이트를 영입할 수 있었다. 글로버는 건강하다는 전제 하에 충분히 타 팀에서 좋은 활약을 펼칠 수 있는 실력파 투수다.
쓰자니 아쉽고 버리자니 누가 주워갈까 노심초사다. 마치 닭고기 갈빗대에 붙은 미미한 살점 부위 같은 모습. 한국시리즈 엔트리에도 승선하지 못한 글로버가 앞으로 걷게 될 길이 더욱 궁금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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