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매직 수비 시프트', KS에서도 보여줄까?
OSEN 박광민 기자
발행 2011.10.25 06: 49

지난 3월 7일(이하 한국시간) OSEN은 미국프로야구(MLB) 스프링캠프 취재를 위해 미국 플로리다주 클리어워터에 위치한 필라델피아 필리스 캠프를 찾았다.
보통의 시범경기라고 생각하고 경기를 취재하다 매우 특별한 상황을 발견했다. 탬파베이는 9회말 4-4 1사 2,3루 위기 상황에서 내야수를 5명 포진시키는 전무후무한 작전을 구사했다.
탬파베이 조 매든 감독은 9회말 필라델피아 로스 글로드에게 안타를 맞고 델윈 영의 희생 번트 때 3루수 파마니악의 1루 송구 실책으로 무사 1,2루가 됐다. 필라델피아는 또 다시 희생번트를 시도해 1사 2,3루를 만들었다. 그러자 그는 갑자기 마운드로 올라가 내야수들을 불러 모았다. 그리고는 갑자기 좌익수 러스 캔슬러에게 뛰어 오라고 손짓했다.

영문도 모른 캔슬러는 마운드 근처에서 감독을 만났고 갑자기 덕아웃으로 들어가 내야수 글러브로 교체해 3루 베이스를 지켰다. 매든 감독은 3루수는 유격수 근처로, 유격수는 2루 베이스 뒤로 이동해 5명의 내야수를 만들었다.
매든 감독의 용병술에 순간 경기장을 찾은 관중들은 탄성을 자아냈다. 기자실에 있던 탬파베이와 필라델피아 담당 기자들 모두가 놀라며 "시범경기에 이런 모습을 보다니…"라고 말한 뒤 "월드시리즈를 보는 것 같다"며 웃기 시작했다. 비록 탬파베이는 1사 2,3루에서 조엘 노튼에게 끝내기 우전 안타를 맞고 패했지만 메이저리그 역사에 길이 남을 신선한 충격과도 같은 장면이 연출됐다.
경기 후 1루측 덕아웃 근처에서 기자들과 만난 매든 감독은 "사실 우린 10일 전에 이와 같은 플레이를 연습했다. 그런데 오늘 그와 같은 상황이 연출됐다. 난 항상 경기 중에 벌어질 수 있는 상황에 대해서 대비한다. 난 실수에 대해서 결코 두려워하지 않는다. 이와 같은 상황에 맞아 떨어졌다면 우리가 승리할 수도 있었다"며 좋은 결과가 나왔을 수도 있음을 강조했다. 이날 탬파베이는 비록 패했지만 수비 시프트의 중요성을 보여줬다.
이런 극단적인 상황은 아니었지만 한국프로야구(KBO) 플레이오프에서도 수비 시프트 하나가 시리즈 전체의 운명에 결정적인 영향을 준 일이 발생했다.
지난 16일 사직구장에서 열린 SK와 롯데의 PO 1차전 9회말 6-6 동점 상황이었다. SK는 1사 만루 끝내기 위기에 몰렸다. 안타, 밀어내기 볼넷, 희생타, 깊은 내야 땅볼으로도 패할 수 있었다. 그러나 롯데 손아섭을 상대로 정우람이 병살타를 유도하며 위기를 벗어난 뒤 연장 10회 정상호의 홈런포 덕분에 승리를 거둘 수 있었다.
이 장면은 플레이오프 결과에 엄청난 영향을 끼쳤다고 보면 된다. 실제로 '패장' 양승호 롯데 감독도 5차전을 마친 뒤 기자회견에서 "1차전 패배가 아쉽다"고 말했다. 9회말 끝내기 찬스를 살리지 못한 점을 표현한 것이다.
시리즈가 끝났지만 손아섭의 병살타가 계속해서 회자되고 있지만 사실 손아섭의 병살타는 SK가 대비한 수비 시프트에 걸려든 것이다. 손아섭이 못했다기 보다 SK가 잘한 것이다.
지난 17일 2차전이 열리기 전 SK 관계자는 "사실 전날(16일) 9회 만루 위기에서 이만수 감독대행과 코칭 스태프 사이에 긴급토론이 벌어졌다"고 말했다.
상황은 이랬다. SK는 3루 주자의 실점을 막기 위해 1,3루수는 스퀴즈 번트를 대비해 극단적으로 당기고 2루수와 유격수가 전진 수비를 펼칠 지, 아니면 정상적인 수비 시프트를 놓고 병살타를 유도할 지 고민했다. 팀을 패배로 막기 위해서는 둘 중 하나를 결정해야 하는 급박한 순간이었다.
짧은 순간이었지만 몇몇 코치들은 이만수 감독 대행에게 "전진수비를 통해 3루 주자의 실점을 막자"고 제안했다. 또 다른 코치들은 "정상 수비로 병살타를 유도하는 것이 어떠냐"고 말했다.
그렇다면 이만수 감독은 어떤 결정을 내렸을까. 이 감독대행은 "양쪽의 이야기를 들었다. 정말 중요한 순간이었다. 그래서 난 정상 수비위치에서 조금만 당기는 수비 로테이션을 가져갔다"고 대답했다. 즉, 병살 수비도 막고 전진 수비도 펼치는 중간을 택한 것이다.
이유가 있었다. 전진 수비를 할 경우 3루 주자를 잡을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 그러나 야수들이 앞으로 들어올 경우 그 만큼 강습 타구 때 공을 잡을 수 있는 범위가 좁아져 안타로 연결될 위험도 높다. 반면 정상적인 수비 위치로 가져갈 경우 공을 잡을 수 있는 수비 범위는 넓어지지만 병살로 연결이 안되면 3루 주자가 홈을 밟을 가능성이 높아져 실점을 허용할 수 있었다.
이만수 감독대행의 결정은 옳았다. 두 작전의 중간을 택하며 두 수비의 위험 요소를 모두 낮추고 가능성은 그대로 유지한 것이 손아섭을 상대로 병살타를 유도할 수 있었다. SK는 이 수비 덕분에 대구행 한국시리즈 티켓을 획득했다.
과연 SK가 한국시리즈에서도 자신들의 장점인 수비 시프트를 통해 또 다른 분위기 반전을 시켜 승리를 일궈낼 수 있을까.
agassi@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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