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가족부가 지난 17일 비교적 완화된 청소년 유해매체 선정 기준을 발표함에 따라, 올 한해 가요계를 들썩이게 했던 심의 논란은 1차적으로 마무리 됐다. 그러나 이와 별개로, 가요계는 '표현의 자유'를 포기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여성가족부가 집중적으로 '단속'했던 술이라는 소재는 여전히 신곡에 자주 등장하고 있으며, 방송 심의가 주로 문제 삼았던 걸그룹의 패션 및 안무도 여전히 '핫'한 상태다.
최근 발표한 쌈디의 신곡 '짠해'는 술자리에서의 흥겨운 모습을 묘사한 노래. '한 잔 두 잔 술술 넘어갈 때마다 꼬였던 날들이 풀리고 기분 끝내줘, 눈이 풀리고' 등의 가사가 눈에 띈다. 술이라는 단어만 등장해도 여성가족부는 '빨간 딱지'를 붙였지만, 쌈디는 이 곡의 발표를 밀어부쳤다.

타블로의 타이틀곡 '나쁘다'에도 술은 등장한다. 착한 사람도 사랑을 하면 나빠질 수 있다는 내용의 이 노래는 '조금도 못 마시던 술이 고파, 조바심에 취해서 새벽비가, 쏟아지는 길에서 비틀거리며'라는 가사로 힘겨운 남자의 심리를 고스란히 그려낸다.
대중의 반응은 뜨겁다. 심의에 몸을 사리지 않고 솔직하게 그려낸 가사로 많은 이들의 공감을 사고 있는 것. 특히 타블로의 '나쁘다'는 대중과 평단에서 모두 호평을 끌어내며 음원차트에서도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다.
여성가족부는 술 가사에 대해 보다 완화된 기준을 내세운 상태. 아주 적극적으로 권하는 모양새가 아니면 당분간 심의 대상이 되지 않을 전망이다. 여성가족부의 한 관계자는 "심의는 계속될 예정인데, 기준이 바뀐 이후 처음 발표되는 청소년 유해매체물 리스트에는 술로 인한 곡은 포함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걸그룹의 퍼포먼스도 아주 잠깐 주춤했을 뿐, 본래의 '멋있는 무대'를 회복했다. 브라운아이드걸스는 '식스센스' 무대에서 핫팬츠 차림으로 등장해 다리를 쫙 펴는 등의 수위 높은 퍼포먼스를 소화했다. 그러나 힘있는 보컬과 퀄리티 높은 음악으로, 퍼포먼스의 수위는 아무 문제가 되지 않았다.
뒤이어 컴백한 소녀시대도 '더 보이즈' 무대 중 하이톤의 랩 부분에서 멤버 모두가 상체를 크게 숙인 채 임팩트를 주는 안무를 소화하고 있다. 양 다리를 쫙 펴야 해서, 일부에서는 '파격 안무'라고 부르기도 했는데 이 역시 카리스마 넘치는 소녀시대의 변신과 맞물려 큰 문제가 되고 있지 않고 있다. 멤버들은 "처음엔, 안무팀에서 이 안무를 넣을까 말까 고민도 했는데, 우리 멤버들이 모두 해야겠다고 고집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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