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포스트시즌은 권혁(28,삼성 라이온즈)에겐 기억에서 지우고 싶은 순간일 것이다.
권혁은 지난해 두산과의 플레이오프에 3경기에 나서 ⅔이닝 2피안타 4볼넷 실점으로 부진했다. 플레이오프 1차전 9회 1사 1,2루에서 공을 떨어뜨려 보크를 범한 뒤 꼬이기 시작했다. 또한 SK와의 한국시리즈에서도 회복되지 못했다. 한국시리즈 성적은 ⅔이닝 1피안타 1피홈런 2볼넷 2실점. 결국 지난해 포스트시즌에서 권혁은 2이닝 3피안타 6볼넷 4실점 평균자책점 27.00이라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야 했다.
올해 한국시리즈를 준비하며 권혁은 절치부심했다. 시즌 성적은 1승 3패 19홀드 평균자책점 2.79로 나쁘지 않았다. 그렇지만 삼성 류중일 감독은 선발 차우찬을 한국시리즈 동안 불펜으로 돌리는 강수를 뒀다. 권혁 만으로는 좌완 불펜이 약하다는 판단에서 내린 결정이었다. 그리고 권혁은 명예 회복의 기회로 삼았던 한국시리즈 1차전에서 불안한 출발을 했다.

25일 대구구장에서 벌어진 한국시리즈 1차전에서 권혁은 2-0으로 앞선 8회 2사 후 좌타자 박재상을 상대하기 위해 마운드에 올랐다. 삼성 류중일 감독은 권혁이 한 타자만 막아 주면 9회 바로 마무리 오승환을 가동할 계획이었지만 권혁은 기대에 부응하지 못 했다.
권혁은 박재상을 상대로 3구 만에 우중간 1루타를 허용하고 말았다. 그러자 류 감독은 권혁을 빼고 오승환을 투입했다. 결국 오승환은 9회까지 모두 던져 1⅓이닝 무실점으로 경기를 매조지었다.
이날 삼성은 SK 타선을 5피안타 무실점으로 봉쇄하며 2-0으로 승리를 거뒀다. 삼성은 매티스(4이닝)-차우찬(3이닝)-안지만(⅔이닝)-권혁-오승환(1⅓이닝)으로 이어지는 철벽 불펜진을 가동해 SK를 꽁꽁 묶었다. 이 가운데 아웃카운트를 단 하나도 잡지 못한 이는 권혁이 유일하다. 과연 앞으로 남은 경기에서 권혁이 명예 회복에 성공할까. 권혁이 살아나야 삼성의 V5가 더욱 가까워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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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김영민 기자, ajyoung@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