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히 오승환이 나오니까 먼저 긴장하고 들어가더라".
삼성 '끝판대왕' 오승환(29)이 한국시리즈 첫 경기부터 강력한 마무리의 위용을 유감없이 떨쳤다. 오승환은 지난 25일 대구구장에서 열린 SK와의 한국시리즈 1차전에서 8회 2사 1루에서 구원등판, 1⅓이닝을 탈삼진 2개 포함 무실점 퍼펙트로 막으며 팀의 2-0 승리에 마침표를 찍었다. 지난 2008년 롯데와의 플레이오프 3차전 후 3년 만이자 통산 6번째 가을잔치 세이브.
한국시리즈 시작 전부터 마무리투수 오승환의 존재는 중요한 포인트였다. SK 이만수 감독대행은 "오승환에 대한 데이터를 준비하기보다 상대 선발을 잘 공략해서 아예 못 나오도록 하겠다"고 할 정도로 등판하는 것 자체가 위협적이었다. 흡사 과거 해태 마무리 선동렬을 연상시키는 존재감이었다. 그도 그럴게 오승환은 올해 54경기에서 1승47세이브 평균자책점 0.63을 기록한 완벽한 마무리투수였다.

1차전부터 오승환은 팀이 2점차로 이기고 있는 상황에서 마운드에 올랐다. 8회 2사 1루 타자는 SK 간판 최정이었다. 오승환은 최정을 상대로 공 5개 모두 직구 승부했다. 5구째 직구가 가운데로 몰리자 최정이 받아쳤지만 타구는 크게 뻗지 못하고 삼성 중견수 배영섭의 글러브 속으로 빨려들어갔다. 볼끝이 살아있다는 증거였다.
9회는 그야말로 오승환 타임이었다. '미스터 옥토버' 박정권에게도 공 5개 모두 직구로 택했다. 초구부터 148km 직구로 스트라이크를 잡은 뒤 2구째 146km 높은 직구로 헛스윙을 유도했다. 결국 5구째 148km 직구로 3루수 파울플라이. 안치용도 148km 직구에 헛스윙 삼진당했고, 이호준마저 150km 직구에 힘없는 스윙으로 삼진 아웃됐다.
이날 오승환은 총 20개 공을 던졌는데 그 중 무려 18개가 직구였다. 슬라이더 2개를 던졌지만 보여주기 공에 불과했다. 직구 최고 구속은 151km까지 찍혔으며 평균 구속은 147.7km였다. SK 타자들은 오승환의 직구에 헛스윙만 4번이나 했다. 파울 커트도 4차례 있었지만 모두 힘에서 밀린 타구였다. 오승환표 돌직구의 위력이 제대로 증명된 한판이었다.
경기 후 SK 이만수 감독대행은 "오승환은 좋은 투수이지만 못 칠 공은 아니다. 충분히 칠 수 있는 볼이다. 그런데 타자들이 먼저 위축감이 들어있다"며 "감독으로서 참 안타까운 마음이다. 다른 투수들과 똑같다는 생각으로 승부해야 하는데 오승환이니까 먼저 긴장하고 있다"며 답답한 속내를 감추지 못했다. 반면 삼성 류중일 감독은 "우리는 8회까지만 야구하면 된다"는 말로 오승환의 존재감을 간단히 정리했다.
한국시리즈에서도 공포의 존재로 자리매김한 오승환의 돌직구. 삼성에게 1차전 승리 이상으로 값진 건 SK에게 무서운 공포심을 심어주었다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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