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중간투수들이 워낙 좋지 않은가".
삼성은 지난 25일 SK와의 한국시리즈 1차전에서 선발 덕 매티스를 4회만 던지게 하고 내렸다. 매티스는 4회까지 4피안타 2볼넷 3탈삼진 무실점으로 SK 타선을 잘 봉쇄하고 있었다. 타선도 4회말 2득점을 올린 만큼 5회 1이닝만 막으면 승리투수 요건을 갖출 수 있었다. 하지만 5회 시작부터 삼성 마운드에는 매티스 대신 차우찬이 있었다.
페넌트레이스 때와는 전혀 다른 투수 운용법이었다. 삼성은 페넌트레이스에서 선발이 5회를 채우지 못하고 조기강판된 게 23경기로 가장 적은 팀이었다. 3실점 이하 선발투수를 6회 이전에 강판시키는 퀵후크도 32경기로 롯데(21회)-LG(24회) 다음으로 적었다. 하지만 1차전에서는 한 박자 빠르게 선발투수 교체 타이밍을 가져갔다.

류중일 감독은 "경기 전에 매티스에게 긴 이닝보다는 짧게 갈테니까 전력으로 피칭해 달라고 주문했다"며 "경기 초반 위기가 많았기 때문에 매티스를 교체하는데 있어 큰 고민이 없었다. 아무래도 점수를 주기 전 투수를 바꾸는 게 낫지 않겠나 싶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우리는 중간투 수들의 볼이 정말 좋다. (한국시리즈를 준비하며) 충분히 쉬었기 때문에 다들 볼끝에 힘이 실려있다. 짧게 짧게 한 타임 빠르게 가져가는 게 낫다"고 했다. 실제로 삼성은 이날 차우찬-안지만-권혁-오승환 등 구원투수 4명을 적재적소에 투입했다.
1차전 5회부터 롱릴리프로 등판한 차우찬처럼 2차전은 정인욱이 대기한다. 류감독은 이들에 대해 '히든카드'라는 표현을 썼다. 1차전 우완 매티스 다음 좌완 차우찬이 들어간 것처럼 2차전에서는 좌완 장원삼이 선발로 나서면서 우완 정인욱이 대기하는 형식으로 스타일이 다른 투수의 효과를 극대화하고 있다.
지난해 한국시리즈에서 SK가 삼성을 상대로 4전 전승을 거둘 수 있었던 것도 선발에 의존하기보다 구원투수들을 한 박자 빠르게 투입한 게 결정적이었다. 지난해 SK는 한국시리즈 4승을 전부 구원승으로 장식했다. 4경기 모두 선발투수가 5회를 못 채우고 조기강판됐다. 올해는 반대로 삼성이 그런 방식으로 투수를 운용하고 있다.
류중일 감독은 "우리는 1~2번째 투수들이 5~6회까지만 막아주면 뒤에 안지만 권혁 정현욱 등이 있다. (마무리 오승환도 있으니) 우리는 8회까지만 야구하면 된다"는 말로 강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강력한 불펜 투수들이 줄줄이 대기하고 있는 삼성이기에 류중일 감독은 선발투수 교체 타이밍을 한 박자 빠르고 과감하게 가져가고 있다. 남은 시리즈에서도 SK는 압박감을 느낄 수밖에 없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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