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전 히든카드는 정인욱이다".
삼성 류중일 감독은 한국시리즈 전부터 '조커', '히든카드'라는 단어를 많이 썼다. 비장의 무기가 있다는 뜻. 다름 아닌 2선발 체제였다. 첫 번째 등판하는 선발투수 그리고 두 번째 롱릴리프로 나오는 투수 2명으로 경기 초반 주도권을 잡으면 경기를 유리하게 끌고갈 수 있다는 판단이다. 상대를 압도할 수 있는 확실한 에이스가 없는 만큼 선발 2명을 한 번에 가동하는 방식이었다.
한국시리즈 1차전에서 류 감독이 말한 히든카드란 바로 차우찬이었다. 선발 덕 매티스가 4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은뒤 5회부터 차우찬이 구원등판했다. 차우찬이 3이닝을 무실점 퍼펙트로 틀어막은 뒤 안지만-권혁-오승환으로 이어지는 불펜진이 2이닝을 무실점으로 막고 경기를 2-0 영봉승으로 끝냈다. 선발 매티스의 힘이 떨어질 즈음 나온 차우찬이 가공할 만한 위력을 떨쳤다.

류중일 감독은 "1차전 히든카드는 차우찬이었다"며 "구위가 많이 좋아졌다. 선발로 쓸지 중간으로 쓸지 고민을 많이 했는데 결론을 내린 게 중간으로 길게 가는 것이었다. 차우찬의 구위가 워낙 좋아 3~4이닝은 충분히 막아주리라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우완 기교파 매티스에서 좌완 정통파 차우찬으로 스타일이 전혀 다른 투수로 교체한 것도 SK 타자들에게 혼란을 준 부분이다.
2차전에서도 이 같은 체제가 계속된다. 류 감독은 "2차전에서는 정인욱이 히든카드다. 선발 장원삼이 몇회까지 던질지 모르겠지만 정인욱의 볼이 좋다"며 차우찬처럼 롱릴리프로 활용할 계획을 밝혔다. 1차전 매티스-차우찬과는 반대로 좌완 기교파 장원삼이 먼저 선발로 나간 뒤 우완 정통파 정인욱이 롱릴리프로 대기하는 형식. 상대하는 타자 입장에서는 차이를 느낄 수 밖에 없다.
정인욱은 올해 선발과 중간을 넘나드는 스윙맨으로 활약하며 31경기에서 6승2패 평균자책점 2.25를 기록했다. 특히 구원으로 나온 22경기에서 2승 평균자책점 0.57로 위력을 떨쳤다. 시즌 막판부터 롱릴리프로 한국시리즈를 준비했다. 일찌감치 류중일 감독이 한국시리즈 마운드의 키로 지목한 투수이기도 하다.
정인욱에게는 지난해 악몽같은 경험이 있다. 두산과의 플레이오프 3차전에서 연장 11회 1점차 리드를 지키지 못하고, 역전 끝내기 안타를 맞으며 혹독한 가을 신고식을 치러야 했다. 그는 "작년 일은 잊은지 오래됐다. 이제 떨리지 않는다"며 "작년 같은 일은 절대 없을 것이다. 주자를 내보내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라고 자신감을 나타냈다. 이어 "중간으로 계속 준비했다. 잡생각 없이 열심히 던지겠다"는 당찬 각오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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