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S] '용병도 자비없다', 5회 이전 강판
OSEN 박현철 기자
발행 2011.10.26 07: 38

단체 스포츠인만큼 최우선은 팀 승리다. 그러나 외국인 선발 투수가 비교적 좋은 투구를 펼칠 경우 그를 믿기보다 좀 더 빠른 투수 교체를 가져가는 경우가 서서히 나오고 있다. 4이닝 무실점으로 호투하며 승리 요건에 단 한 이닝을 남겨놓았으나 차우찬에게 바통을 넘겼던 삼성 라이온즈 덕 매티스(28)의 이야기다.
매티스는 25일 대구구장서 열린 SK 와이번스와의 한국시리즈 1차전서 4이닝 4피안타(탈삼진 3개, 사사구 2개) 무실점으로 비교적 호투했다. 4회말 신명철의 좌중간 2타점 2루타가 터지며 한 이닝만 더했더라면 선발승을 노릴 수 있었으나 삼성 덕아웃은 매티스를 믿기보다 좌완 에이스 차우찬(24)을 계투로 투입하는 강수를 던졌다.
외국인 선발 투수가 5회 이전 무실점으로 강판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20일 롯데와 SK의 플레이오프 4차전서도 선발로 나선 크리스 부첵이 3⅓이닝 동안 2피안타 2탈삼진 2피안타 무실점으로 호투했으나 44구만에 장원준에게 바통을 넘겼다. 당시 양승호 롯데 감독은 "50구 투구 이후에는 피장타율이 높아지는 경향이 잦았다"라며 부첵의 이른 강판을 설명했다.

그 뿐만 아니다. 지난해 10월 19일 SK와 삼성의 한국시리즈 최종 4차전서도 SK 선발로 나선 게리 글로버는 4이닝 1피안타(탈삼진 2개, 사사구 1개) 무실점으로 호투했으나 3-0으로 앞선 5회 전병두에게 마운드를 넘겼다. 그 해 한국시리즈 최종전 승리는 전병두에게 돌아갔다.
그에 앞서 지난해 10월 15일 한국시리즈 1차전 삼성 선발로 나섰던 팀 레딩은 4이닝 4피안타(탈삼진 2개, 사사구 4개) 2실점으로 0-2 상황에서 교체되었다. 당시 레딩은 자신에게 5회 이상을 맡기지 않은 코칭스태프에 가감없는 불만을 토로하기도 했다. 모두 외국인 투수들이 선발로서 어느 정도 버텨냈음에도 5회 마운드에 오르지 못한 전례다.
 
이전까지 각 구단들은 외국인 선발 투수가 호투할 경우 승리 요건은 충족 시켜주는 경우가 많았다. 선수의 연봉 계약과도 연관되는 경우가 많았고 대체로 외국인 선수들은 한국 땅을 밟을 경우 자신이 믿음직한 선발 투수 노릇을 하길 바랐다. 구단에서도 최대한 이들이 기본적 의무를 할 경우 구미에 맞춰주는 기용책을 펼쳤다.
그러나 지금은 다르다. 단기전 하루 하루 승패가 중요한 만큼 팀에서는 큰 점수 차로 리드하지 않는 한 외국인 투수들에게 무한 신뢰를 보여주지 않았다. 레딩과 부첵이 2점 차로 뒤지거나 0-0으로 맞선 순간 마운드를 내려온 반면 글로버와 매티스는 2~3점 차 리드서도 한 두 타임 더 빠른 교체 카드를 던졌다. 레딩의 경우도 교체 후 팀이 동점을 만들었기 때문에 모두 1차적으로 성공한 책략이라 볼 수 있다.
1차전이 열리기 전 류중일 삼성 감독은 "매티스가 조금이라도 흔들리거나 승기가 왔을 때 곧바로 차우찬을 투입할 것이다"라며 조기 교체를 암시했고 이를 실행했다. 이전까지 삼성은 구단 창단 이래 포스트시즌서 SK 상대 6전 전패로 고전했다. 지난해 한국시리즈 4전 전패 굴욕도 있는 만큼 류 감독이 초강수를 던진 셈.
28일 인천 문학구장서 열릴 3차전 선발로 저스틴 저마노를 내정한 삼성. 그러나 저마노가 흔들리는 기미를 보일 경우 25일 36구를 던진 차우찬이 다시 한 번 마운드에 오를 가능성도 크다. 이제 포스트시즌서 외국인 투수의 선발승 요건보다 중요한 것은 팀의 1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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