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강 불펜'을 자랑하는 삼성 라이온즈와 SK 와이번스는 결국 선취점 싸움이 승패를 결정지었다.
삼성은 25일 대구구장에서 열린 2011 롯데카드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1차전에서 4회 터진 신명철의 좌중간 2루타를 앞세워 2-0으로 영봉승을 거뒀다.
무엇보다 이날 경기 전체를 돌이켜 보면 선취점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알 수 있었다. 삼성과 SK에게 선취점은 단순히 점수를 뽑아내 기선을 제압한다는 일차적인 의미가 아니다. 선취점을 뽑을 경우 경기 전체의 투수 운영이 달라져 조기에 승패를 결정지을 수 있을 정도다. 워낙 불펜진이 강해 한번 내준 흐름을 다시 찾아 온다는 것은 매우 어렵다. 선취점은 양팀 전체 마운드 운영을 결정지었기 때문이다.

▲최강 불펜을 자랑하는 삼성과 SK
삼성과 SK의 최대 강점은 경기 중반까지 흐름을 잡으면 결코 내주지 않을 정도로 힘이 넘치는 불펜에 있다. 삼성은 '끝판대왕' 오승환을 중심으로 정현욱·안지만·권혁·권오준·정인욱에 차우찬도 불펜 대기한다. SK 역시 '여왕벌' 정대현을 필두로 정우람·박희수·이승호(20번)·엄정욱·이영욱이 불펜에 자리하고 있다. 결코 무너뜨리기 쉽지 않다.

올 시즌 정규리그에서 불펜 성적을 어떨까. 삼성 불펜은 올해 평균자책점 2.44를 기록하며 이 부문 1위에 올랐다. 5회까지 리드한 65경기에서도 삼성은 57승7패1무 승률 8할9푼1리를 기록했다. 이 역시 1위. 역전패도 20패로 가장 적었는데 7회 이후 역전패는 한 번밖에 없었다. 승계주자 실점률도 23.8%로 리그에서 가장 낮은 팀이 다름 아닌 삼성이다.
SK도 만만치 않다. SK는 불펜 평균자책점 2.78로 삼성에 2위에 랭크됐다. 삼성과 함께 리그에서 유일하게 불펜 평균자책점 2점대를 기록한 팀이 SK다. 승계주자 실점률도 26.5%로 2위인데 이 역시 삼성과 함께 유일하게 20%대 기록이다. 역전패도 25패로 삼성 다음으로 적다. 불펜과 관련된 기록에서 삼성을 쫓고 있다.
즉, 이번 한국시리즈에서는 5회를 기준으로 누가 선취점을 뽑아내 리드를 잡느냐가 승패의 관건이 된다는 것이다. 1차전에서 이는 사실로 증명됐다.
▲선취점을 뽑은 삼성, 차우찬을 투입하다
사실 삼성은 경기 초반 실점 위기에 몰렸다. 선발 덕 매티스가 1,3회 실점위기를 맞았으나 두 차례 모두 '미스터 옥토버' 박정권을 상대로 범타를 처리하며 주도권을 빼앗기지 않았다. 매티스는 4회까지 4피안타 2사사구를 내줬으나 무실점으로 버텼다.
위기를 넘긴 삼성은 힘을 내기 시작했다. 삼성은 3회까지 SK 선발 고효준의 호투에 막혔으나 4회말 신명철의 2타점 적시 2루타에 힘입어 선취점을 뽑았다. 그러자 삼성은 5회 선발 덕 매티스를 내리고 '조커' 차우찬을 투입했다.
차우찬 등판은 이미 예견됐다. 류중일 감독은 이미 미디어 데이에서 "1,2차전에 차우찬을 불펜에 대기시켜 리드를 잡을 경우 적극 활용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경기가 시작하자 3루측 삼성 불펜에서는 차우찬이 몸을 풀기 시작했다.

류중일 감독의 차우찬 카드는 적중했다. 삼성은 매티스에 이어 등판한 차우찬이 3이닝 동안 삼진 5개를 솎아내며 SK를 퍼펙트로 막았다. 이어 등판한 안지만이 ⅔이닝을 2탈삼진으로 처리한 뒤 권혁이 등판해 한 타자를 상대로 안타를 내줬지만 '끝판대장' 오승환이 8회 2사 후 출격해 1⅓이닝 동안 삼진을 3개나 잡아내며 멋진 세리머니로 승리를 자축했다.
▲만약 SK가 선취점을 뽑았다면?
결과론적이지만 만약 SK가 선취점을 뽑았다면 이날 경기는 어떻게 됐을까. 삼성 역시 승리를 장담하기 힘들었을 수도 있다.
이날 SK 선발은 고효준이었다. SK는 KIA와 준플레이오프 4차전, 롯데와 플레이오프 5차전, 총 9경기를 펼치면서 투수진이 고갈됐다. 매 경기 접전을 펼쳤기에 선발 투수들뿐 아니라 구원투수들의 휴식도 필요했다. 그래서 이만수 감독대행이 선택한 1차전 선발은 좌완 고효준이었다.
사실 이 감독대행은 김광현, 송은범, 고든, 윤희상과 같은 선발 투수가 아니었기에 1차전에서 큰 기대를 하지 않았다. 실제로 경기 후 인터뷰에서도 이 같은 뜻을 나타냈다.
그러나 고효준이 3회까지 무실점으로 호투하자 이만수 감독대행은 조금씩 욕심을 내기 시작했다. 삼성 류중일 감독이 차우찬 카드를 꺼낸 것처럼 SK 이만수 감독도 비슷한 구상이 있었다.
1차전에 앞서 이 감독대행은 "준PO와 PO에서 안정된 투구를 선보인 외국인 투수 브라이언 고든을 1,2차전 불펜에 대기 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고든은 선발 고효준의 활약 여부에 따라 등판 시점이 결정되는 것이었다. 고든도 3회부터 1루 불펜에서 몸을 풀기 시작했다.
그러나 4회말 2사 1,2루에서 선발 고효준과 고든의 교체를 놓고 고민하다 고효준을 선택하다 신명철에게 2타점 적시타를 맞았다. 결과적으로 투수 교체 타이밍을 놓치면서 SK는 삼성에게 리드를 허용한 것이 박희수, 정대현, 정우람 등 승리조 불펜을 활용하지 못했다.

만약 1,3회 득점 찬스에서 점수만 뽑았다면 SK 마운드 운영은 달라졌을 것이다. 4회 2사 1,2루에서 곧바로 고든이 등판했을 가능성이 높다. 어쩌면 그 이전에 투입됐을 가능성도 높다.
1차전에서 보듯 남은 경기에서도 삼성과 SK는 5회를 기준으로 리드를 하는 팀이 필승조를 투입해 승리를 지켜낼 가능성이 높다. 경기 초반 어떻게 해서든지 선취점을 뽑아내려고 노력할 양팀의 플레이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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