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시즌의 가장 큰 볼거리는 아무래도 양팀 감독들의 투수진 운영이다. 잘못된 교체 타이밍 하나가 경기 흐름을 빼앗기는 결정적인 이유가 되는 가 하면 적절한 교체는 경기를 지배하는 데 원동력이 되기도 한다.
25일 대구구장에서 열린 ‘2011 롯데카드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1차전 경기는 삼성 라이온즈 류중일 감독의 투수 교체 타이밍이 돋보인 경기였다.
선발로 나선 덕 매티스는 순조롭게 경기를 풀어나갔다. 슬라이더와 느린 커브를 결정구로 내세우며 지쳐있는 SK타자들을 큰 위기 없이 막아냈다. 직구의 제구 또한 문제 없어 보였고 오랫동안 휴식을 해서 그런지 체력적으로도 부족함이 없어 보였다.

그러나 정작 5회 초에는 매티스가 아닌 차우찬이 마운드에 올랐다. 좌완 에이스를 중간에 올린 결정은 의외였고 과감한 결정 이었다. 그리고 차우찬은 3이닝 무실점으로 보답하였다.
그렇다면 류중일 감독은 왜 그런 결정을 했을까.
SK의 이닝당 득점 분포를 자세히 살펴보면 그 이유를 알 수 있다. 정규 시즌 동안 SK타선은 5회에 가장 많은 81득점을 올렸다. 즉, 선발투수를 3번째 상대할 때 SK 타자들은 강했다는 뜻이고 삼성의 류중일 감독의 한 템포 앞선 차우찬 투입은 SK 공격력 무기력하게 만들었다.

포스트 시즌은 정규 시즌과 다르다. 물론 투수진 운영 방식 또한 크게 달라진다. 실제로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에서도 에이스들의 불팬 활약을 종종 볼 수 있다.
10년 전 월드시리즈 7차전에서 애리조나 다이몬드백스 밥 브랜리 감독은 랜디 존슨을 불펜 투수로 사용하였다. 1999년 아메리칸 리그 챔피언십 시리즈에서는 패드로 마르티네즈가 불팬 투수로 나와 당시 상대팀인 클리블랜드 인디언스를 6이닝 동안 무실점으로 막아내기도 했다.
지금 미국에서 진행 중인 월드시리즈에서는 아직 에이스들의 불팬 활약은 없다. 그러나 택사스 레인저스 구단주로 월드시리즈에 참여중인 놀란 라이언은 1969년 월드시리즈에서 에이스임에도 불구하고 불팬 투수로 나와 뉴욕 메츠의 첫 우승에 결정적인 역할은 한 장본인이기도 하다.
포스트 시즌은 전쟁이다. 양 팀 감독들의 머리 싸움은 또 하나의 볼거리가 될 것이다.
대니얼 김 (OSEN 객원 칼럼니스트) 전 뉴욕메츠 직원 / 신시네티 REDS 스카우팅 코디네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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