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플-티끌-펫-오싹', 로맨틱 코미디의 진화
OSEN 이혜진 기자
발행 2011.10.26 07: 53

올 겨울 국내 극장가에선 로맨틱 코미디물 간의 접전이 치열하게 벌어질 전망이다.
먼저 3일 개봉하는 김주혁, 이시영, 오정세, 이윤지, 공형진의 ‘커플즈’가 그 포문을 열고, 이어 10일 나란히 개봉하는 김하늘, 장근석 주연의 ‘너는 펫’, 한예슬과 송중기가 합을 맞춘 ‘티끌모아 로맨스’가 그 대열에 가세한다.
이들 작품은 모두 로맨틱 코미디란 아기자기한 포장에 둘러싸여 있지만 알멩이는 과거 로맨틱 코미디의 전형과는 확연하게 거리가 있는 ‘변종’들이다.

먼저 다섯 싱글의 좌충우돌 커플 탄생기를 담은 영화 ‘커플즈’는 환상보다 현실에 더 초점을 맞춘 사랑 이야기.
개성 강한 다섯 남녀가 커플이 되는 과정을 독특한 방식으로 ‘커플즈’는 사랑하는 여자에게 자신의 모든 것을 내어 주는 순정남(김주혁), 친구의 친구를 사랑한 남자(오세영), 섹시한 바람둥이(이시영), 내숭여왕(이윤지) 등 다분히 현실적인 캐릭터를 극화시켜 ‘달달’이 한 로맨스가 아닌 ‘코믹’ 로맨스로 관객들을 배꼽쥐게 한다.
반면 김하늘, 장근석 주연의 ‘너는 펫’은 판타지에 가깝다. ‘너는 펫’은 주인과 애완남으로 만난 남녀가 단순한 사랑을 넘어 내면의 성장을 찾는 과정을 그린 로맨틱 코미디. 일본 만화를 원작으로 한 작품답게 만화적 설정과 캐릭터가 돋보이는 작품이다.
거기에 순정만화 주인공처럼 완벽한 외모의 소유자 김하늘, 장근석이 목욕 신, 베드 신, 키스 신 등 위험 수위를 넘나드는 애정 신들을 가감 없이 펼쳐 보이며 관객들의 상상과 호기심을 콕콕 자극하니, 이보다 더 판타지적인 로맨스는 더 나올 수 없을 법하다.
한예슬, 송중기의 ‘티끌모아 로맨스’는 ‘생계형 로맨스’란 새로운 세계로 관객들을 인도한다. 억척 짠순이와 허세작렬 백수의 2억 만들기 프로젝트를 그린 ‘티끌모아 로맨스’는 남녀 주인공에 대한 설정 자체가 로코의 문법과 완전히 어긋난다. 백마 탄 왕자여야 할 남자 주인공은 돈이 없어 편의점에서 콘돔 가격을 흥정하는 청년백수인데다 여주인공은 한술 더 떠 돈이 든다는 이유로 연애를 적대시하는 짠순이 중에 짠순이다.
여기에 12월 개봉 예정인 손예진, 이민기 주연의 영화 ‘오싹한 연애’는 기존의 로코에 ‘호러’를 첨가, 변화를 시도했다. ‘오싹한 연애’는 예기치 않은 사고 이후로 귀신을 보게 된 여자 여리(손예진)와 귀신과 마술하는 남자 조구(이민기)의 스릴 넘치는 연애담을 그린 작품.
감독과 출연 배우들은 “우리 영화는 기존 로맨틱 코미디물과 많이 다르다. 멜로, 로맨틱 코미디, 호로가 다 들어가 있다. 보면 ‘되게 재미있네’ 하실 것”이라고 자부하며 기존의 로코물과 차별화를 선언했다.
백마 탄 왕자처럼 완벽한 남자와 캔디형 성격에 신데렐라처럼 안타까운 사연을 지닌 여자의 달달한 로맨스를 보고 싶은 관객이라면 올 겨울 개봉하는 국내 로코물들의 선택에 신중을 기해야 할 것이다.
tripleJ@osen.co.kr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