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시장 보궐선거, 한일간 독도 문제 등 정치적으로 민감한 시기를 맞아 연예계에 '정치색 주의보'가 발령됐다.
특히 얼마 전만 해도 아무 문제 없었던 투표소 인증샷 등도 적용기준에 따라 선거법 위반이 될 수도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연예관계자들은 '입에 지퍼 채우기'에 돌입하는 것이 낫다고 판단하고 있다.
보통 선거를 앞두면, 유명 스타들은 취재진으로부터 투표를 할 것인지, 몇시 어디서 할 것인지 등에 대해 상당한 문의를 받게 마련. 스타들이 투표를 하는 모습은 선거일에 상당한 관심을 모으기 때문이다. 그러나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연예관계자들의 반응은 많이 달랐다. 투표 여부가 공개되는 것 자체를 극히 꺼려한 것이다. 기획사 관계자들은 "이번 선거와 관련해 함께 언급되는 것 자체가 상당히 부담스럽다"고 입을 모았다.

실제로 '부담스러운' 일은 벌어진 바있다. 이효리는 지난 25일 투표를 독려하는 소설가 이외수의 글을 트위터에서 리트윗했다가 '봉변'을 당했다. 단지 투표를 하자고 했을 뿐인데, 일각에서는 '개념 연예인'이라고 필요 이상으로 치켜세웠고, 다른 일각에서는 '좌파 선언'을 했다며 공격을 퍼부었다.
이효리는 "제 수준은 그저 여러분 투표하러 '고고씽'~ 이 정도..아이고 민망합니다. 아니 근데 서울시민으로서 서울시장 뽑는 투표에 다 같이 참여하잔 뜻을 밝힌 것뿐인데 용기 있단 사람은 뭐고 또 욕하는 사람은 왜 인거죠? 그런 말 하면 안되는 건가요?"라고 황당해했다. 이어 "아저씨들이 자꾸 무서운 맨션보내요. 흑흑", "좌파가 뭐죠?" 등의 글을 올리며 갑자기 특정 정치색으로 해석된 자신의 이미지에 답답함을 표했다.
진중권은 이같은 현상에 대해 "이효리씨 말이 '정답'입니다. 그게 '정상'이고요. 우리 사회가 정치과잉이다 보니"라고 풀이했다.
박중훈도 이날 트위터에 투표를 독려했다가 '좌파다'라는 멘션을 받고 "좌파도 우파도 아닌 연기파가 되고 싶다"고 답하기도 했다.
김태희는 일본에서 때아닌 '퇴출운동' 대상자가 되기도 했다. 최근 후지TV 근처에서 500여명의 일본 사람들이 반한류 시위를 하면서 김태희를 일본TV에서 퇴출하라고 요구한 것. 김태희가 2005년 '독도는 한국땅'이라고 말했다는 이유 때문이다.
국내 네티즌은 황당한 일 중 하나로 여기고 넘겼지만, 일본에서 활동하는 연예인들에게는 매우 불편한 사안일 수밖에 없다. 국내 언론에게 한 말 한마디도 모조리 번역돼 해외로 나가고 있는 실정이기 때문이다. 한 아이돌 그룹 관계자는 "해외 진출이라는 게 여러 회사가 엮인 문제다보니, 자칫 민감할 수 있는 문제에 대한 발언은 아무래도 신중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독도 지킴이' 김장훈도 정치적 이슈를 피하겠다고 밝혔다. 독도 관련 홈페이지를 개설하고 '독도 페스티벌'을 개최하는 등 독도를 지키는데 가장 열심인 그는 지난 25일 기자회견에서 "선거도 있고 해서, 정치적으로 이슈가 될까봐 이달 추진 중이던 독도 공연을 취소했다. 독도가 왜 한국 땅인지, 논리적으로 무장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사실 하고 싶은 말은 많지만, 그 반대 입장에 서계시면서 제 음악을 즐겨주시는 분들에게 누가 될 수도 있으니 말하지 않겠다"는 발언도 했다. '독도 지킴 운동'이 정치적으로 해석될 수 있는 '부작용'을 우려한 것. 대신 문화적 운동을 택했다. 그는 서울 강남 역삼동 비주얼 아트센터 보다에서 독도 사진전을 개최하고, 로보트태권브이와 함께 독도 공연을 방해하는 괴물과 맞서싸우는 3D 영상을 공개하는 등 '페스티벌'로서 독도 지킴 운동에 앞장 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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