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설적이다. 워낙 강한 방패를 서로 맞들고 있기 때문에 누가 먼저 흠집을 내느냐가 중요해졌다. 워낙 강한 마운드 때문에 상대적으로 타선의 집중력이 중요해진 것이다.
시즌 평균자책점 1위(3.35) 삼성과 2위(3.59) SK가 벌인 25일 한국시리즈 1차전은 단 한 번의 찬스가 결승점으로 이어졌다. 0-0이던 4회 2사 1,2루에서 상대 선발 고효준을 상대한 신명철이 좌중간 2타점 2루타를 쳐냈다.
그것으로 끝이었다. 이후 양팀은 화려한 불펜진을 가동, 더 이상 실점 없이 경기를 마쳤다. 삼성의 2-0 완승. 원샷원킬. 선취점이 곧 결승점이었다.

삼성은 선발 매티스가 무실점으로 버텼지만 이어 나온 '또 다른 선발' 차우찬의 완벽투가 더 빛났다. 오치아치 삼성 투수 코치마저 극찬을 했을 정도. 이어 안지만, 권혁, 오승환으로 이어전 철벽 불펜은 기대 만큼의 위용을 자랑했다.
특히 8회 2사 1루서 마운드에 오른 오승환은 4명의 타자를 2삼진 포함 간단하게 요리, '끝판대왕'의 위엄을 자랑했다. 게다가 정현욱, 권오준, 배영수, 정인욱 등 또 다른 불펜진은 휴식을 취했다.
SK 역시 마찬가지. 투수 교체 타이밍이 다소 늦었지만 '잠재적 불펜' 고든, 이재영, 작은 이승호로 추가 실점 없이 삼성 타선을 막아냈다. 비록 패했지만 박희수, 정우람, 정대현, 엄정욱까지 필승 불펜의 힘을 비축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마운드는 실점하지 않는 것이 최상의 결과일 뿐. 결국은 타자들이 점수를 뽑아야 이길 수 있다.
삼성은 이날 승리를 거뒀지만 추가 득점을 하지 못한 것이 아쉬움으로 남았다. 류중일 삼성 감독도 추가점을 뽑지 못한 데 대한 승리 이면의 고민을 살짝 드러내기도 했다.
SK와 마찬가지로 5안타를 뽑는데 그쳤다. 준플레이오프 때부터 9경기를 치른 SK 불펜진이 여전한 힘을 보유했다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보다는 삼성 타선이 마운드와 비교해 힘이 떨어진다는 것을 뜻하는 결과이기도 했다.
SK 타선은 9경기의 피로누적이 눈에 보일 정도였다. 배트 스피드는 현저하게 떨어졌고 파워 역시 감퇴된 모습이었다. 5개의 안타가 모두 단타였다. 더구나 수비에서의 실책이 타격으로 연결, 아쉬운 집중력을 보여줬다. 이만수 감독대행은 이날 이호준 카드를 냈지만 소득을 올리지 못했다. 또 1회 희생번트 외에 이렇다할 작전을 구사하지 않았고 대타도 내지 않았다. 찬스가 없기도 했지만 되도록 상대를 살피는데 주력한 모습이었다.
그 어느 때보다 강한 마운드를 상대해야 하는 타선인 만큼 집중력을 누가 끝까지 유지하느냐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양팀 사령탑은 투수 교체는 당연하고 선발 라인업과 대타, 대주자, 작전 등에 좀더 고민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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