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전 그 모습 그대로였다. 삼성 라이온즈 핵잠수함 권오준(31)의 완벽투가 빛났다. 절체절명의 위기에 처한 팀을 구한 뒤 어퍼컷 세러머니를 선보이기도 했다.
삼성 선발 장원삼은 26일 대구구장에서 열린 한국시리즈 2차전서 0-0으로 맞선 6회 선두 타자 박재상에게 볼넷을 허용한 뒤 최정과의 대결에서 우익선상에 떨어지는 2루타를 얻어 맞았다. 무사 2, 3루 위기. 오치아이 에이지 투수 코치는 마운드에 올라 장원삼을 다독거렸다.
장원삼은 박정권을 투수 앞 땅볼로 유도한 뒤 권오준에게 바통을 넘겼다. 선두 타자 안치용과의 첫 대결에서 5구째 바깥쪽 직구(144km)를 던져 스트라이크 아웃으로 잠재웠다. 그리고 김강민 또한 풀카운트 접전 끝에 6구째 서클 체인지업(122km)으로 헛스윙을 유도했다.

벼랑 끝 위기에서 탈출한 권오준은 특유의 어퍼컷 세러머니를 선보이며 기쁨을 만끽했다. 이날 대구구장을 찾은 팬들은 덕아웃으로 향하는 권오준을 향해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다. 오치아이 코치는 "경험이 풍부한 권오준의 활약이 필요하다"고 입버릇처럼 말했다.
"아직까지 힘이 있으니 기교보다 힘으로 맞서겠다"던 권오준은 마운드의 저승사자답게 배짱 두둑한 승부를 펼치며 존재 가치를 입증했다. '위기 뒤 찬스, 찬스 뒤 위기'라는 야구계의 속설처럼 삼성은 6회 2사 만루서 배영섭의 적시타로 2-0 승기를 거머 쥐는데 성공했다. 권오준의 관록투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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