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나무 다리에서 만난 신인왕 후보. 물러날 곳 없는 백척간두의 승부에서 배영섭(25,삼성 라이온스)이 박희수(28,SK 와이번스)에 완승을 거두고 신인왕 경쟁에서 성큼 앞서갔다.
29일 대구구장에서 펼쳐진 '2011 롯데카드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2차전은 배영섭의 결승타와 철벽 불펜의 활약에 힘입은 삼성의 2-1 승리로 끝났다. 경기의 승부처는 바로 두 팀이 0-0으로 맞선 6회였다.
6회초 무사 2,3루 위기를 막아낸 삼성은 '위기 뒤에 기회'라는 말 처럼 6회말 반격 기회를 잡았다. SK 네 번째 투수 박희수를 상대로 볼넷과 안타 2개로 2사 만루를 만들었다. 이날 경기에서 처음으로 3루 까지 주자를 보내는 데 성공한 것. 그리고 운명처럼 타석에는 배영섭이 들어섰다.

배영섭은 박희수의 1구와 2구 스트라이크를 그대로 보냈다. 이어 박희수의 스트라이크 존에 살짝 걸치는 공을 커트하며 볼카운트 2-1까지 끌고갔다. 박희수는 결정구로 스트라이크 존에서 뚝 떨어지는 커브를 선택했고, 배영섭은 자세가 무너진 와중에 절묘한 배트 컨트롤로 2타점 중전 적시타를 작렬시켰다. 팽팽한 경기의 균형을 단번에 무너뜨리는 결정타였다.
이 한 방으로 배영섭은 신인왕 경쟁에서 큰 우위를 점하게 됐다. 지난달 21일 두산과의 대구 경기에서 김승회의 투구에 맞아 왼쪽 손등 골절상을 입었던 배영섭은 당초 한국시리즈 출전조차 불투명했다. 하지만 삼성은 배영섭을 일본 요코하마의 이지마치료원으로 보내 치료에 온 힘을 쏟았고 결국 기적적으로 배영섭은 한국시리즈 출전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전날 한국시리즈 1차전에서 1안타로 건재를 과시했던 배영섭은 이날 경기에서 '한국시리즈 1승' 짜리 타격을 보여줬다. 신인왕 투표는 정규시즌 성적이 기준이지만 포스트시즌 활약이 가산점으로 작용하는 경향을 보여왔다. 게다가 상대 투수가 신인왕 자리를 놓고 다투전 박희수였기에 더욱 돋보였다.
반면 이번 포스트시즌에서 기대 이상의 맹활약을 펼친 박희수에겐 아쉬움이 남는 승부가 됐다. 통산 출전 경기수가 적어 신인왕 자격을 갖춘 박희수는 준플레이오프 3경기서 3이닝 1홀드, 플레이오프 3경기서 3⅔이닝 2홀드로 강력한 인상을 남겼다. 그렇지만 피로가 박희수의 발목을 잡았다. 위기에서 과감한 승부로 신명철을 삼진으로 처리했지만 결국 배영섭에 결승타를 허용하며 패전을 떠안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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