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에서 호수비는 안타 또는 홈런 그 이상의 가치를 지닌다. 만루 상황에서 안타를 건져내는 수비는 최소 2실점을 막는다. 꼭 적시타 상황이 아니더라도 아웃카운트 하나를 더하면 경기 흐름을 바꾸고 상대의 맥을 끊을 수도 있다. 그래서 모든 감독들은 수비의 중요성을 역설한다.
26일 대구구장에서 열린 '2011 롯데카드 프로야구' SK 와이번스와 삼성 라이온즈의 한국시리즈 2차전이 열렸다. 이날 경기는 5회까지 0-0으로 팽팽한 투수전으로 흘러가다 6회말 삼성 배영섭의 2타점 적시타 덕분에 삼성이 2-1로 승리를 거두며 시리즈 전적 2승무패로 앞서 나갔다.
무엇보다 SK는 승리 기회가 분명히 있었다. 6회초 무사 2,3루 득점 찬스를 살리지 못하며 위기가 올 것이라는 것은 짐작할 수 있었지만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기회를 스스로 날렸다.

6회말 SK의 수비 상황이었다. 2사 1,2루에서 진갑용의 1루 방향 파울 플라이가 떴다. 1루수 최동수가 뛰어 갔지만 잡지 못했다. 원래 SK 선발 1루수는 박정권이었다. 그러나 4회 최동수가 우익수 임훈을 대신해 대타로 들어서며 1루를 보던 박정권이 우익수로, 우익수를 보던 안치용이 지명타자로, 최동수가 1루수를 맡았다.
이만수 감독의 최동수 대타에는 공격과 수비에서 양면성이 있었다. 최동수 카드는 분명히 공격력 강화에 도움이 된다. 그러나 수비에서는 약점이 될 수도 있었다. 이만수 감독도 그것을 알고 있었지만 득점을 위해서 최동수를 투입했다.
우려는 현실로 나타났다. SK는 6회말 실점 때 1루수 최동수의 수비에 아쉬움이 있었다. 사실 보이지 않은 실책이란 표현보다 호수비가 나왔을 수 있었지만 그렇지 못했다는 표현이 더 맞을 수도 있다.
최동수가 파울볼을 잡지 못한 뒤 SK는 곧바로 진갑용에게 안타를 맞았다. 다행히 중견수 김강민의 빨랫줄 송구로 2루 주자 최형우를 3루에서 세워 위기를 탈출하는 듯 싶었으나 후속타자 배영섭에게 2타점 중전 적시타를 맞고 말았다.
누누이 강조하지만 야구에서 만약이라는 것은 없다. 그러나 진갑용의 파울 타구 때 1루수가 최동수가 아닌 박정권이었으면 어떻게 됐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됐다.
물론 최동수는 8회초 2사 1,2루에서 '끝판대장' 오승환을 상대로 중전안타를 날렸다. 그러나 2루 주자 최정이 홈에서 아웃되며 그 가치를 인정받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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