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초보은(結草報恩). '젊은 사자' 배영섭(25, 삼성 외야수)은 한국시리즈를 앞두고 "보답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으면 좋겠다"고 간절히 바랐다.
삼성 구단은 지난달 21일 대구 두산전서 왼쪽 손등 골절상을 입은 배영섭의 빠른 회복을 위해 파격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배영섭의 부상 재발을 우려해 그의 엔트리 승선 여부를 놓고 고심했던 류중일 감독은 배영섭이 21일 자체 평가전서 멀티히트를 수립하자 전격 합류를 지시했다. 그리고 류 감독은 배영섭을 1,2차전 모두 9번 중견수로 선발 기용했다.

"구단의 아낌없는 지원과 감독의 믿음에 보답하고 싶다"고 입버릇처럼 말했던 배영섭은 한국시리즈 2차전 승리의 영웅으로 떠올랐다. 0-0으로 맞선 삼성의 6회말 공격. 최형우가 볼넷을 고른 뒤 강봉규와 진갑용의 안타로 2사 만루 찬스를 마련했다.
앞선 두 차례 타석에서 투수 앞 땅볼과 볼넷에 그쳤던 배영섭은 SK 4번째 투수 박희수와의 대결에서 중전 안타를 때려 주자 2명을 홈으로 불러 들였다. 삼성은 배영섭의 결승타에 힘입어 2-1로 승리했다.
배영섭은 "사실 (진)갑용 선배님께서 해결해주시길 바랐다. 내게 기회가 와서 마지막이라는 각오로 집중했는데 나도 어떻게 쳤는지 아직도 모르겠다"고 쑥쓰러운 표정을 지었다.
이어 그는 "불리한 볼카운트에서 삼진을 당하지 않으려고 배트 중심에 맞추려고 했던게 운좋게 좋은 결과로 연결됐다. 맞는 순간 땅볼이 돼 내야에서 잡히는 줄 알았는데 외야로 빠지는 순간 안타를 직감했다"고 겸손함을 잃지 않았다.
무엇보다 배영섭은 "지금 머릿 속에는 우승에 대한 생각 뿐이다. 구단의 배려와 감독님의 기회 제공에 보답하고 싶었다. 조금이나마 보답하게 돼 마음이 놓인다"고 안도했다. SK 투수 박희수와의 신인왕 경쟁에 대해 "절대 의식하지 않는다"고 고개를 가로 저었다.
남자는 자신을 믿어주는 사람을 위해 목숨도 바친다고 했다. 배영섭의 결승타는 파격적인 지원을 펼친 구단과 최상의 기량을 발휘할 수 있게끔 배려한 사령탑의 믿음이 일궈낸 결과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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