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옹성으로 무장한 사자군단이 역대 한국시리즈 최소 실점에 도전한다.
삼성 라이온즈는 25일부터 대구구장에서 시작된 SK 와이번스와의 한국시리즈 1,2차전을 모두 쓸어 담으며 가벼운 마음으로 인천 행 버스에 탑승했다. 삼성은 한국시리즈 2경기를 통해 '힘을 비축한 사자'가 얼마나 무서운 지 유감없이 드러냈다.
2-0으로 끝난 1차전은 삼성의 선발 1+1 전략이 돋보였다. 선발 덕 매티스가 4이닝 무실점으로 버티자 또 한 명의 선발 좌완 차우찬이 3이닝을 퍼펙트로 틀어막았다. 바통을 넘겨받은 안지만-권혁-오승환으로 이어지는 불펜진은 SK 타선을 억누르는 데 성공했다. 선발 매티스가 4피안타 2볼넷을 허용했을 뿐 이후 SK 타자 가운데 1루를 밟는 데 성공한 건 8회 권혁을 상대로 안타를 기록한 박재상이 유일했다.

2차전 역시 크게 다르지 않았다. 선발 장원삼은 5⅓이닝 3피안타 10탈삼진 무실점을 기록했고 이어 던진 권오준-안지만도 완벽했다. 8회 올라온 정현욱이 2피안타 1볼넷으로 1실점 한 것이 삼성의 한국시리즈 첫 실점. 결국 오승환이 2이닝 1피안타 무실점으로 위기를 넘기며 삼성은 2-1로 승리를 거뒀다.
한국시리즈 1,2차전 동안 삼성 마운드는 18이닝 12피안타 5볼넷 29탈삼진 1실점, 평균자책점 0.50이라는 가공할 성적을 남겼다. 이미 9경기를 치르고 올라오며 힘이 빠진 SK 타자들은 힘을 비축한 삼성 투수들의 공을 공략하지 못했다. 오죽하면 2차전이 끝난 뒤 일각에서는 '36이닝 무실점을 노렸는데 아쉽게 됐다'라는 말이 나오기까지 했다. 비현실적인 목표지만 그만큼 삼성 마운드가 힘과 자신감을 동시에 갖췄다는 말이 된다.
이제 삼성은 그 다음 목표, 바로 한국시리즈 최소 실점에 도전한다. 30년 프로야구 역사에서 한국시리즈동안 10실점 이하로 우승을 차지한 사례는 모두 5차례 있었다. 지난해 SK는 삼성을 상대로 4경기 동안 10실점만 허용했다. 그리고 1987년 해태는 삼성을 상대로 4경기에서 8실점으로 우승을 차지한 바 있다. 또한 LG는 창단 이후 두 차례 있는 우승에서 모두 4연승을 기록하는 동시에 실점을 최소화했다. 1990년엔 삼성을 상대로 단 6실점만 하며 우승했고 1994년은 태평양을 맞아 7실점으로 틀어막아 구단 역사상 두 번째 패권을 따냈다.
한국시리즈 최소실점 기록은 삼성이 갖고 있다. 삼성은 2005년 두산을 맞아 단 5실점만 허용하는 '짠물투'를 펼쳤다. 1차전 5-2, 2차전 3-2, 3차전 6-0, 4차전 10-1이라는 스코어가 당시 삼성 마운드를 대변해준다. 39이닝 5실점, 평균자책점 1.15라는 놀라운 성적이다. 그로부터 6년이 지난 올해, 삼성이 기록 경신에 도전한다.
물론 쉽지는 않다. SK의 저력 있는 타선은 언제고 불을 뿜을 준비가 되어있다. 또한 4-0으로 시리즈를 끝내는 것도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현재 삼성 마운드 상황을 보면 불가능한 목표만은 아니다. 아직 등장하지 않은 투수만 해도 시즌 중반 합류해 5승을 따낸 저스틴 저마노, 14승으로 팀 내 다승왕에 오른 토종 에이스 윤성환, 선발과 불펜을 오가며 가능성을 보여준 정인욱, 큰 경기 경험이 풍부한 베테랑 배영수 등이 있다. 거기에 1,2차전에서 컨디션을 점검한 삼성의 명품 불펜진도 건재하다.
삼성은 역대 한국시리즈에서 10득점 이하를 기록한 다섯 번의 사례 가운데 세 번을 차지한 어두운 과거가 있다. 또한 바로 지난해에는 SK를 맞아 시리즈 전적 4-0으로 패하는 치욕을 맛봤다. 와신상담한 삼성이 새 역사를 쓸 수 있을까. 28일 문학에서 벌어질 3차전이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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